대구 비산6동 북비산 파출소옆 작은 모퉁이 두평 남짓한 가게. 간판도 없는 이 가게에는 '라이터.전자계산기 수리'란 광고 글자만 붙어있다.
주인 민병달(65)씨는 이 곳에서만 30년째 라이터를 수리해오고 있다.
일회용 라이터가 일상품이 된 요즘에도 민씨는 라이터 수리를 천직으로 알고 산다.
민씨는 척추장애인이다.
힘을 쓸 수 없는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라이터 수리일을 시작하게 됐다.
서른살쯤 대구시내 한 라디오 학원에 다니며 배운 수리기술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라이터, 계산기를 밤새도록 뜯어보며 독학으로 기술을 익혔다.
30여년전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남들처럼 거리에 부속가방과 좌판을 벌여 놓고 장사를 했다.
손님들은 값비싼 물건들일지라도 이름만 적어놓고 맡길 정도로 민씨를 신뢰했다고 했다.
민씨는 한 때 라이터 수리공들의 전성시대도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대신동, 시내 극장, 대구역 앞에는 항상 우리같은 좌판상들이 있었어요. 장사가 잘 되는 명당자리엔 권리금까지 붙을 정도였지요".
30여년전만 하더라도 번쩍거리는 외제 라이터는 멋쟁이 신사들이 여럿 앞에서 보란듯 꺼내보이던 물건이었다.
'윈드밀' '윈' '마르방'등의 일제 라이터, 미제 '지프' 라이터는 재산목록 1호였다.
세월이 흘러 돋보기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민씨가 요즘 하는 일은 가끔 찾아오는 단골고객들의 라이터 기름을 넣어주거나 계산기 건전지를 갈아주는 정도다.
기름은 라이터 크기에 따라서 100~300원 정도 받고 넣어준다고 했다.
라이터 수리보다 전기면도기를 고치는 일이 좀 더 많다.
민씨의 전성시대는 10년전 일회용 라이터가 등장하면서 막을 내렸다.
몇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건들이 많아지면서 '수리하고 고쳐쓰는' 사람들은 줄었다.
지금이야 소일이나 할 겸 가게문을 열어 놓았다고 민씨는 말했다.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대구에선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대부분 좌판상인들이었으니까요. 시대가 바뀌고 편리한 것도 좋지만, 작은 것도 소중하게 쓰고 아끼는 마음들을 사람들이 지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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