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지역 수출·공단채산성 빨간불

입력 2003-02-10 11:59:13

미국·이라크 전쟁위기, 북핵문제, 유가급등, 원화강세와 같은 악재에다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 마저 겹쳐 대구, 구미지역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 중동지역 수출비상

대구세관이 집계한 2002년 대구·경북지역 업체의 중동지역 수출액은 총 13억 4천만달러. 이 가운데 대구지역 중동지역 수출액은 이라크 전 발발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10월 4천 289만 9천달러, 11월 3천 960만 2천달러, 12월 3천 947만 5천달러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역 섬유업체들은 주력 수출시장인 중동지역이 전쟁위기감으로 휩싸이면서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수송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수출길이 막혀 납품을 못하는데 정작 이라크이 터져서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수출대금 회수지연으로 기업운영에 큰 타격이 예산된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은행 대구 경북본부가 지역 347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대구 경북지역 제조업업황실적 BSI는 2002년 2/4분기 112, 3/4분기 93, 4/4분기 87로 급감했고, 2003년 1월에는 82로 더 떨어졌다.

대구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 위기이후 투자를 자제해오다 최근 조금씩 설비를 늘리고 있었는데 대선 이후부터 투자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환경이 불안해져 이젠 제조업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며 가능하면 공장을 해외로 옮길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은행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순유출을 보인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연간 10억3천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구미공단 채산성 빨간불

구미공단의 경우 전체 생산 가운데 수출비중이 85% 수준을 넘어 이같은 악재가 수출업체들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80% 이상을 수출하는 LG.삼성의 TV와 휴대폰 등의 전자제품은 그동안 원자재 수입비율이 높아 환율하락에 따른 영향이 비교적 적었지만 이번처럼 환율.유가.전쟁위기 등 복합적인 악재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게다가 국산화 비율이 큰 일반 수출 제품은 채산성 악화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구미상의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구미공단 수출업체들이 입게되는 환차손액은 월평균 60억~70억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환율하락때도 구미공단의 한달간 환차손은 무려 500억원에 달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섬유업계는 적정 수출환율이 1천260원~1300원대이지만 최근 1천180원대로 떨어지면서 부담으로 작용돼 침체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는 올해 구미공단의 수출목표를 전년도 실적대비 10% 늘어난 223억 달러로 책정해 놓고 있으나 환율 유가 인상 등으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계획도 전년도 생산총액 대비, 8.4% 증가한 34조원으로 늘려 잡았으나 이 또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부의 경제정책

기업인들은 국제적인 여건도 불안한만큼 신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업에 용기를 불어넣는 쪽으로 가닥 잡기를 바란다. 성장과 양립하는 분배도 좋지만 현실에 맞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을 포함한 노사문제, 주5일제 근무확대로 인한 기업여건이 극도로 악화돼있다"는 기업인들은 이를 해소할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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