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설날에 대한 기억은 세뱃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새 옷이나 새 신발을 선물 받는다는 기대감에 마냥 즐겁고, 사촌 언니와 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결혼 후 명절을 맞는 심정은 아무런 기다림도 특별한 의미도 없이 걱정되는 날로 다가온다.
제사 음식준비와 끊임없이 차려내야 할 밥상들이 나의 몫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맘으로 하기엔 너무나 반복되어 지치는 일이며, 뿌듯함보다는 스트레스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주부는 남성들이 자신의 혈통을 확인하며 뿌듯해 하는 명절은 여성들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명절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대가족 단위에서는 더욱 확고히 역할 분담이 고착화되어 있어 남성들은 제사 지내는 사람으로, 여성들은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으로 대별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습관과 버릇은 고치기가 정말이지 어렵다.
하지만 함께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젠가는 변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변하고, 행동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처럼 가족 구성원 중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명절로, 가족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기 위한 준비는 함께 차려내는 차례 상에 담아 낼 때 가능하다. 남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밥상을 차리는 일이 할아버지 세대에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고, 아버지세대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는데, 아들 세대에서는 솔선수범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너무나 더디게 변하는 명절문화를 새롭게 바꾸는 일에 함께 조금씩 노력할 때 살맛 나는 세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조상을 위한 일이라고 여성들을 옭아매지 말고, 여성들에게 책임 소홀 죄목으로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며느리 한사람만 후손이 아니 듯 가족구성원 모두가 즐거운 맘으로 신나는 맘으로 차례를 지낼 때 명절의 의미는 더 커지는 것 아닐까 ! 정명란 아름다운성만들기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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