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무역주의 세계 흐름이 스크린 쿼터 등 각국의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벽을 걷어 내고 문화상품을 공산품처럼 규정하려 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0년대 말 UIP직배 저지 투쟁 때 가장 많이 인용된 예가 당시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고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과 현대 자동차의 대미 수출 물량을 비교한 것이다. "자동차를 몇 만대 팔아야 '쥬라기 공원'이 한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을 감당한다"는 식의 거대한 문화 상품의 위력이었다.
그렇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를 전횡하고 있는 것이나 한국의 댄스 그룹이 중국이나 동남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고 있는 걸 보면 과연 문화 상품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리고 벌어들이는 외화만 해도 얼마인가! 그러나, 우리나라 댄스 그룹이 동남아를 석권하고 충무로의 조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돼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해서 그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기준을 돈=질(質)로 환원시키는 경제주의적 발상이다.
문화는 곧 그 나라의 정신을 말한다.
이것을 어떻게 자동차 몇 대 더 파는 것과 똑 같이 환원시킬 수 있는가? 작년 10월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는 프랑스, 캐나다, 중국 등 47개국 문화부 장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세계문화부장관회의(INCP)가 열렸고 여기서 WTO와 국제무역협정을 대체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개별국가의 문화정책을 보호하는 문화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의 주요한 골자는 문화는 국가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바,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문화 다양성의 보존 증진을 위해 특단의 문화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쥬라기 시대의 공룡들은 참으로 크고 강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먹이 사슬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였고 너무 골몰했던 결과 결국 아무도 안 남았다. 세계의 여러 나라가 주고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그런데 이 흐름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힘에만 의존했던 공룡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문화는 개별국가의 주체성이고 개인의 정신과 관련된 것이다.
전체 속에서 그 다양성이 인정되고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이 공존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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