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對北송금' 특검제 추진

입력 2003-02-04 13:30:38

한나라당은 4일 대북 송금파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유보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이날중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 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4일 오전 대북지원 대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원내대책회의와 주요당직자회의를 잇달아 열고 "검찰은 수사유보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금명간 특검제법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당은 그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마이동풍식으로 반응하고 있고 노무현 당선자도 지난번 당사를 방문했을 때 밝힌 입장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며 "특검제를 추진해 밀실 뒷거래를 명확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행은 "검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안을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함구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이규택 총무는 "이번 사건은 청와대, 노무현 당선자, 검찰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만큼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처리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3일 오후 회의를 열고 현대상선 4천억 대북지원 문제 외에 현대건설의 대북지원 의혹, 현대증권의 스코틀랜드 유령회사 대북송금 문제 등으로 활동범위를 넓혀 조사키로 하고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병행키로 결정했다.

특위는 또 대북 송금문제에 관련된 모든 인사들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금융실명제법 등 관련법에 근거해 고발조치하기로 했으며 박지원 비서실장의 경우, 국회법에 따라 위증죄로 고발키로 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박지원씨 "대북송금 조율 안했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4일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 지난 1일 노무현 당선자 측근인사를 만나 이 사건의 정치적 해결을 원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직원 월례조회에서 『저나 수석비서관들은 인수위나 당선자측 관계자들과 필요할 때 연락하고 만나고 있다. 때론 그쪽에서 우리의 경험담을 요구하기도 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한 뒤 『이를 유추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여러분의 각별한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대북 송금문제의 정당당에 대해)김 대통령은 이미 막중한 국익을 위해, 또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입장을 천명했다』면서 『현대는 개성공단 등 7개 사업을 북측으로부터 30년간 보장받는 계약을 했다면서 언젠가는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국제사회가 북한 경제개발에 참여할 때 개성공단 개발사업을 비롯해 통신, 철도, 관광 등 여러사업을 독점적으로 계약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데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어 『노무현 당선자도 정치적으로 국회 차원에서 해결을 언급했고 검찰도 국익과 특수한 남북관계를 고려해 수사발표를 유보했다』고 설명하고 『우리 정부와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내용을 잘 인지해야 할 것』이라며 대북송금 문제는 국익과 남북관계를 고려한 해결 방식이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對北송금 해법 노-김 갈등 조짐

2억달러 대북송금사건의 해법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김대중 대통령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양측은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에 대해 교감을 주고받으며 대응방안 마련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따라 노 당선자가 3일 국회에서 해결한다는 정치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당선자측이 3일 '대북 송금은 남북 경협사업을 위한 통치행위 차원의 결정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김 대통령의 언급을 존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은 김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지적이다. 노 당선자측이 사전에 김 대통령측과 교감을 나눈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는 감사원의 특감결과가 나오기 훨씬 전인 지난 1월 중순 "통치권차원의 일 이었다면 덮어야 한다"며 '통치행위'의 일환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대북송금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지 못했다면 자신있게 밝힐 수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노 당선자는 당선된 직후 국정원으로부터 별도의 보고채널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2억달러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여론도 악화되자 노 당선자측은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며 김 대통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 등 노 당선자 핵심측근들은 "현 정부가 털고가야 한다"며 청와대측의 적극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청와대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북지원문제에 대해 더 말씀 드릴게 없으며 정치적 해결 제안에 대해서도 언급할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에 노 당선자측은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않아야 된다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노 당선자측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 당선자측은 핵심 측근들을 통해 특검제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상수 총장은 4일 MBC라디오에 출연, "국정조사는 반대하지만 특검제는 수용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화갑 대표 등 구주류측의 입장과 엇갈린다.

노 당선자측은 자칫하다가는 이 사건이 고건 총리지명자의 인준청문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털고가겠다는 노 당선자측과 '통치행위'라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청와대 사이의 갈등기류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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