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모색하는 지역 民主黨

입력 2003-02-04 13:54:24

대선에서 승리한 지 벌써 45일. 환호와 박수가 가득했던 민주당 대구.경북지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를 지휘했던 친 노무현 성향의 선대위 사람들이 모두 원위치로 돌아간 뒤 민주당사는 선거 이전의 '절간'과 같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대선의 와중에 친노와 중도 반노 등으로 패가 갈려 싸운 당내 갈등의 여파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친노파들은 시도지부 '접수'를 기다리고 있고 중도 내지 반노파들은 교체를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그 때 까지는 사무실을 마냥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앙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데다 현행 당헌.당규 상 시도 지부장을 무작정 교체 내지 경질할 수도 없어 변화가 지체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선거 이전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이었지만 선거 이후는 일대 변화의 소용돌이를 앞 둔 '폭풍전야'와 같다는 것이다.

□민주당 바뀔 것인가=이처럼 민주당의 변화는 예고돼 있다. 시간의 문제다. 다만 아직 중앙당이 교통정리가 안 돼 그 파장이 지방에 까지 미치지 않고 있을 뿐이다.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치러지고 한 차례든 두 차례로 나눠 치러지든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나면 그 다음은 시도지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그 이후 일선 지구당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중앙당의 축소와 시도지부의 활성화가 민주당 변화의 골간이다. 이강철 민주당 개혁특위위원은 "원내정당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중앙당 기능의 정예화로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가능하면 사무총장과 대변인제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당은 정책기능 외에 조직관리 등 타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등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껏 시도지부가 지부장의 개인 사비 내지 후원회비로 운영돼 사무처 요원이 중앙당보다는 지부장의 '사병(私兵)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당 사무처 편제에 편입되도록 할 방침이다. 중앙당과 시도지부의 인사 교류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정당의 구조조정이라고 시도지부도 감원의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권화의 기류와 맞물려 인력 교체는 불가피하겠지만 상근 인원은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중앙당 권한을 대폭 시도지부로 이관하게 된다.

지구당도 변화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3일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 포기가 당 개혁의 요체"라고 강조한데다 민주당내에서도 지구당 폐지론이 제기되는 만큼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행 대의원 손으로 위원장을 뽑는 상향식 공천제가 현 위원장의 기득권만 공고하게 하는 '기만적' 상향식이라는 점에서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 공천심사기구의 강화를 통한 스크린 제도도 강화될 것이다.

□내세울 사람이 없다=하지만 제도를 그럴 듯하게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내세울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지역 정서상 거의 모든 인적 자원을 한나라당이 독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역 의원 전원이 한나라당 소속인 것은 물론 정치 예비군 가운데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인사들도 대부분 친 한나라당 계열이다.

친 민주당 성향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한 인사들은 주로 과거 학생운동을 한 인사들이거나 지식인 그룹들이지만 표를 얻을 수 있는 '전투력'을 지닌 사람들은 눈닦고 찾아봐도 드문 실정이다. '인재 풀'이 절대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선 지구당에 대한 변화는 실제 효과는 미미한 '소문난 잔치'가 될 공산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의 첫 1년이 그야말로 순항해 지역 정서가 돌아서지 않는 한 민주당이 내세울 '선수'들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당장 새 정부와 청와대의 요직 인선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발탁하려 해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절 요직을 차지했던 대구.경북 인사들은 많지만 이후 인재 양성이 제대로 안 된데다 있는 사람들마저 모두 친 한나라당 일색이어서 이들을 제외할 경우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라는 것이다.

이 특위 위원은 지역에 내려올 때마다 "인적 네트워크의 새로운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야 노무현 정부의 성공도 가능하고 지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제도 변화와 함께 인적 자원의 발굴과 양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상황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민주당 개혁 '지지부진'

민주당 정개특위 활동이 최근 속도가 떨어졌다.

특위는 당초 설 연휴 전, 정치개혁안들에 대한 입장을 최종 확정하고 금주내 당론으로 확정지을 계획이었으나 특위내에서 조차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특히 신.구 주류간 첨예한 대립이 일고 있는 지도체제 및 당개혁을 위한 세부방안 등에 있어서는 전체회의 마지막 날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는 4일 10차에 걸친 전체회의를 마치고도 접점을 찾지 못한 안건들에 대해서는 특위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에게 조언을 구한뒤 다시 특위에서 토론키로 했다. 개혁 현안들에 대한 의견조율 논의과정이 특위 안팎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각 세션별로 논의한 개혁방안들의 포괄적 합의를 위해 열린 전체회의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위는 최근 열린 전체회의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신.구 주류간 의견차이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10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4일 저녁 특위차원의 확정된 안건들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특위위원들간의 의견차이로 볼 때 합의점 도출은 미지수다. 오는 7일 다시 열릴 전체회의 결과도 부정적이다. 이날은 임시국회의 대표연설이 계획돼 있어 당력이 분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개혁특위의 한 관계자는 "7일 전체회의에서 안건들이 정리되면 내주말까지는 당무회의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하고 있지만 신구주류간 이견 폭이 커 당무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통과되기까지 적지 않은 부분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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