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처방-작은 키

입력 2003-02-04 10:19:27

학창시절, 신학기가 시작되면 출석번호를 정하기 위해 키 순대로 줄을 서 본 추억이 있다. 키가 작은 사람들은 가장 작은 키인 '1번'이 되지 않으려고 발레를 하듯 발뒤꿈치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키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콤플렉스를 준다.

한 때 키를 커 보이게 하는 '키높이 구두'가 유행을 할 정도로 큰 키에 대한 욕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강하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정도로 문제가 될 만한 키는 어느 정도이며 그 원인과 치료법을 무엇일까?

◇왜소증의 정의와 원인=의학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키가 작은 경우를 왜소증이라고 부른다. 같은 나이, 같은 성별의 어린이 100명을 키가 작은 순서로 세웠을 때 세 번째 이내인 경우로 정의한다. 왜소증의 원인은 유전성이 가장 많고, 두번째는 성장이 늦은 사춘기 지발증, 성장 호르몬 부족, 염색체 이상, 뇌종양, 뇌방사선 조사, 영양결핍, 부신호르몬제제의 장기 복용 등을 들 수 있다.

◇원인 감별검사=뼈 나이의 측정, 성장 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 검사 등이 있다. 의학적으로 키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뼈 나이다. 20세가 지난 후에도 키가 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뼈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뼈 나이는 X-선 촬영을 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전적 왜소증은 뼈 나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뼈 나이가 생일 나이에 비해 어리면 호르몬 검사를 포함한 정밀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염색체 검사 등이 필요할 때도 있다. 성장호르몬은 평소에는 분비되지 않다가 깊은 잠에 빠진다든지 격렬한 운동을 하면 박동성으로 분출되어 피 속으로 나온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검사를 위해선 하루 정도 입원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키를 키우는 치료법으로 검증을 받은 것은 성장호르몬 치료법이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경우와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높은 효과가 있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경우 연간 키의 성장이 3, 4㎝에서 치료 첫 해는 10~13㎝, 둘째 해 이후에는 7~9㎝ 증가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도입된 후 40여년이 지났지만 특이할 만한 부작용이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이 효과를 볼 시기는 제한돼 있다. 남자의 경우 뼈 나이가 15세, 여자의 경우 14세 이후에는 효과가 없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매일 밤 주사를 해야 하며 주사방법이 간단해 집에서 부모들도 할 수 있다. 최근 1, 2 주에 한 번씩 주사할 수 있는 성장호르몬이 개발 중이며, 코에 뿌리는 약제도 연구 중에 있다. 최근에는 사춘기가 이미 시작한 왜소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억제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키와 운동=철봉에 오래 매달리거나 척추 교정을 한다거나 스트레치 운동을 하면 키가 커질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됐다. 키는 하루 중에도 1㎝ 정도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아침에는 크고, 오후엔 작아진다. 밤 동안에는 누워 있어서 척추 뼈 사이의 연골판이 늘어났다가 오후에는 중력에 의해 연골판이 눌려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이나 철봉 운동 등도 운동 중에 관절이 늘어나서 키가 커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지로 뼈의 길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숨이 차고,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격렬한 운동을 20분 이상하면 분비된다. 그러나 운동을 하루 종일 한다고 해서 성장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키와 음식=어릴 때 제대로 먹지 않아서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영양이 결핍되면 키가 작아진다. 그러나 이는 영양 실조라고 할 정도의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 나라 어린이들 중 영양결핍으로 키가 작은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다. 키의 성장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다한 지방의 섭취는 좋지 않다. 과다한 지방 섭취는 비만을 일으키고 비만하면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장기에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균형된 식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고철우 교수(경북대병원 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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