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CK 21'
포항 시내에서 형산강 다리 건너 공단땅에 발을 들여놓으면 처음 만나는 기업이 INI스틸 포항공장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이마를 맞대고, 1천600℃로 끓는 쇳물에서 철근이나 H빔 등을 뽑아내는 이 회사 곳곳에는 '21세기를 공략하자'는 문구가 붙어 있다.
포스코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高爐) 철강사 중 세계 최고라면, INI스틸은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電氣爐) 철강사중 세계 최고급이다. IMF사태 5년을 거치는 동안 많은 기업들이 명멸(明滅)했다. 포항공단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 한가운데에 INI스틸이 있었다.
지금 'INI스틸 포항공장' 간판이 있는 자리의 원주인은 '강원산업 포항공장'이었다. 97년 당시 재계 서열 28위이던 강원산업그룹도 국가적 위기사태를 버텨내지 못했다.
'한보'나 '기아', '삼미'같은 철강그룹처럼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강원산업이 선택한 방법은 2000년 3월15일부로 업계 최대 라이벌이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인천제철(INI스틸의 옛이름)에 흡수합병이라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이양하는 것이었다.
강원산업→인천제철→INI스틸로 변신한 지 3년. 작년 포항공장은 276만t(압연기준) 생산량에 매출액 1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회사 전체로도 692만t, 3조3천700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김재주 공장장(부사장)은 "IMF 이후 처음으로 작년 4월부터 풀가동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에는 연구개발과 설비 합리화 등으로 내실을 기하고 경영호기에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며 이런 노력이 외환위기 사태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꼽았다.
그 결과 INI스틸의 생산품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수십개 업체들이 경쟁하는 철강재 시장에서 단일 회사의 제품으로 H빔 78%, 스테인리스 22%, 철근 31% 등 '빅3'의 시장 점유율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김효섭(50) 롤설계팀장이나 박순근(49) 대형압연부장은 "철저한 교육과 반복학습 등 품질개선 노력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이 우리의 무기"라며 IMF파고 극복 및 이후의 성장비결을 철저한 사원교육에서 찾았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는 경기도 파주 등 2곳에 있는 그룹연수원 및 인천본사 교육관에서 실시하는 정례적인 직원 교육외에도 사내 복지관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거의 매일 직원교육을 실시한다.
조업과정에서 애로가 생기면 바로 강의실에 모여 원인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치유법을 찾은 다음에야 생산을 재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NI스틸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비록 구식이기는 했지만 국내 처음으로 평로(平爐)라는 용광로를 보유했던 업체다. 그만큼 선구자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따라서 웬만한 어려움은 그동안의 노하우로 이겨낼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달초 전반적으로 긴축경영 내지는 축소경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올해 철강경기를 전망했다.
중동지역의 불안에 따른 유가상승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원자재인 고철값도 오르고, 주에너지원인 전기료 또한 인상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인균 INI 회장은 "계획중인 3가지만 실천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수익성 위주의 판매정책으로 시장주도력을 강화하고, 투명경영으로 고객과 주주들의 평가정도를 향상시켜 기업가치를 올리고, ERP(전사적 자원관리) 구축을 통해 생산을 포함한 모든 경영의 효율성 향상의 토대를 마련하면 21세기 공략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INI스틸이 국내 전기로 철강업계에서 선두자리를 고수하는 비결에 대해 동종 업계에서는 철저한 역할분담과 상호보완을 꼽는다. 이 회사는 현재 3곳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인천공장에서는 철근·형강 등 일반적인 제품외에 스테인리스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고, 포항공단 송내동 1공장에서는 철근·형강과 함께 압연롤 등 중장비용 설비를, 장흥동 2공장에서는 세분화된 형강류 등을 각각 생산한다.
김창기 총무부장은 "각 공장별로 품명은 비슷하지만 규격을 달리해 수요가들이 이용에 편리하도록 했고 특화(特化)를 통한 관련 기술개발이 용이하도록 돼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INI스틸이 과거 강원산업 시절과 달리 경쟁력이 강화된 데는 투자확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작년 이 공장의 총투자비는 460억원, 올해는 500억원이 책정돼 있다. 생산부문에는 연속주조기 개조공사에 55억원이 투입되고 환경부문에서는 수처리 설비개선에 36억원, 대기측정장치 설치에 15억원이 투입된다.
포스코의 그늘에 가려 제빛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단위 공장의 투자비치고는 엄청난 규모다. 이처럼 구조조정에 이은 투자확대와 업무혁신은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연말 대부분의 증권사 에널리스트들은 올해 투자전망에서 INI를 추천종목에 넣었다.
사내로는 주력품의 매출액 성장세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세계 2위권 전기로 제강사라는 공신력에다 미국·EU 등의 세이프가드에 따른 악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INI스틸은 이같은 전망과 자신들의 잠재력을 근거로 올 연초 6천원 정도였던 회사 주가를 올연말에는 1만5천원까지 올려 놓겠다고 밝혔다.
강철을 녹이는 이들의 패기가 과연 어느 정도 뒷심을 발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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