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구·경북본부 분석

입력 2002-12-27 15:47:00

'대구는 대형소매점 천국(?)'.대형소매점이 타지역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구지역 중소유통업체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유통업 비중이 높은 지역경제의 '체질' 악화는 물론이고 자금의 역외 유출 부작용을 낳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96년 대구지역내 대형소매점(백화점·대형할인점·대형전문점)은 백화점 4곳뿐이었으나 이후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금은 백화점 5개, 대형할인점 20개, 패션몰 6개 등 모두 31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타 도시에 비해 대형할인점의 외형 성장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대형할인점의 매출액이 백화점을 넘어선 것은 올해 6월이지만, 대구의 경우 지난해에 이미 할인점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44.2% 증가하며 8.4% 늘어난데 그친 백화점을 추월했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할인점이 대규모 매장과 가격·서비스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대구지역 상권을 잠식하면서 지역내 중소유통업체와 재래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구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유통산업의 비중(GRDP 기준)은 96년 15.7%에서 2000년 16.8%로 늘어났지만 유통업 사업체 수는 96년 34.6%에서 2000년 31.1%로 오히려 줄었다.

실제로 영세 슈퍼마켓의 경우 99년을 제외하고는 96년 이래 꾸준히 감소했으며 서문시장내 점포수도 2002년 10월말 현재 2천969개로 77년(5천851개)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할인점의 잇따른 대구 입성으로 유통업은 제조업(24.8% 비중)에 이은 대구지역의 근간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만만치 않다. 외지 대형 할인점들의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에 있는 본사로 보내고 있어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대구지역 102개 유통업체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구지역 유통산업이 타지역보다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항목에서 '아니다'라고 한 응답이 75.9%나 됐다. 그 이유로는 '지역경제침체'(47.9%), '중앙유통업체의 진출'(40.9%)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유통산업이 대구의 주력산업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재래시장 및 중소 슈퍼마켓은 위축되고 있다"면서 "유통산업 부문 고용 악화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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