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경북 2002-악몽의 농업현장

입력 2002-12-25 14:48:00

서리와 우박, 돼지 콜레라와 소 구제역, 한.중 마늘협상 이면 합의와 농민시위, 집중호우와 태풍에다 동해안 적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생우수입 재개, 쌀생산 감소….

올 한해 경북농민들은 바람 잘 날 없이 보내느라 허리가 휘어졌다. 개방농정의 후유증에다 각종 악재속에 겨우 버텼으나 여전히 희망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영농철이 되자마자 경북 동부와 북부에 각각 서리(4월)와 우박(5월)이 덮쳤고 곧이어 경기.인천에서 콜레라(4월)와 구제역(5월)이 발생, 돼지고기의 수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끊겨 양돈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다.

또 한.중 마늘협상 과정에서 중국산 마늘수입의 자유화에 대한 이면합의 사실이 들통(7월)나 의성을 비롯, 전국에서 규탄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정부의 대외 농산물 협상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7, 8월에는 집중호우와 루사와 라마순과 같은 태풍이 김천을 비롯, 성주.울진 등 경북 곳곳을 할켜 1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혔다. 이 때문에 올해 쌀생산량이 전국적으로 지난 95년 이후 7년만의 최악으로 이어졌다.

8~9월에는 바다 불청객 적조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어김없이 나타나 남해안을 초토화 시킨뒤 북상, 동해안 어민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악몽은 10월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한우농가들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 주춤했던 호주산 생우수입이 월드컵의 열기를 틈타 563마리가 수입돼 한우 농가들의 반태투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상 최고의 쇠고기 수입으로 자급률이 추락, 위기의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우농가들의 시름은 내년에도 생우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10월)도 농민의 가슴을 짓눌렀다. 사상 처음 칠레와 FTA협정을 체결, 점차 관세인하나 무관세 등으로 문호를 개방키로 했다. 이에 포도를 비롯, 일부 과수농가들은 과수원을 갈아엎는 등 갈피를 못찾고 있다.

한편 경주에서 경북도가 올 최대규모로 개최한 국제행사인 '2002 경북 세계농업 한마당'(10월)은 그나마 농업의 과거와 미래를 점검, 농업의 중요성을 담은 '경북선언문'을 채택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전달하는 등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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