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머니' 사고뭉치?-신용카드 관리 주의사항

입력 2002-12-25 00:00:00

신용불량자인 김모(대구시 서구 내당동)씨는 지난 10월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겠다'는 생활정보지 광고에 혹해 신용카드 발급 브로커를 찾았다가 낭패를 겪었다. 카드발급 브로커인 이모(40)씨는 김씨에게 "자신이 판매중인 물품을 구매해 주면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해 주겠다"며 솔깃한 제안을 했다.

이씨를 통해 며칠만에 신용카드 2장을 발급받을 수 있었던 김씨는 이씨와 동행해 서울의 모 백화점에 가서 신용카드로 상품권 160만원 어치를 구입한 뒤, 물품 대금 조로 이씨에게 상품권을 건넸다.

다음날 김씨는 약속한 물품을 받으러 이씨의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씨는 잠적한 뒤였다. 속칭 '카드깡' 수법에 당했던 것이다.'플라스틱 머니'라고 불리는 신용카드는 현금 못지 않게 중요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을 경우 즉시 뒷면에 본인의 서명을 해야 한다. 서명이 되지 않은 신용카드가 분실되거나 부정 사용되면 일체의 피해 구제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카드를 남(배우자 혹은 가족 포함)에게 빌려주는 것 역시 금물이다. 이 역시 사고시 보상 대상이 아니다.

비밀번호 관리는 기본이다. 비밀번호로 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 등 남에게 노출되기 쉬운 숫자를 쓰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신용카드와 관련된 정보 역시 누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경품에 당첨됐다며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주민등록번호 등이 필요하다는 전화가 걸려 올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비씨카드의 채규영 홍보과장은 최근 발간한 '신용카드, 잘 쓰면서 돈벌기'라는 책을 통해 "일부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비밀번호를 몰라도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만 알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카드 매출전표를 함부로 버리거나 위와 같은 수법의 전화 사기에 속아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기 십상인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게끔 마그네틱띠 등 주요부분을 완전히 파기해야 한다. 실제로 신용카드를 접어서 버렸는데 누군가 주워서 이를 부정 사용했다는 피해 신고가 금융당국에 접수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김씨의 사례처럼 카드발급 대행과 관련된 범죄도 많다. 김씨처럼 발급 요건이 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주겠다고 현혹하는 브로커가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불법 다단계방식을 통해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거나 소득이 없는 무자격자를 유자격자로 둔갑시켜 카드를 발급받게 해 준 뒤 고리 수수료를 착복하는 피해 사례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조사한 결과 235건이 적발된 바 있다

대구은행 신용카드 사업팀 오원열 차장은 "일부 신용카드사들이 신분 확인을 소홀히 하는 틈을 타, 카드를 부정 발급받아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며 "은행이나 카드사를 직접 방문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카드대금 연체 대납도 절대 금물이다. 연체금을 대납해 준다는 광고를 믿고 사채업자에게 카드를 맡겼다가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 부정사용 규모는 455억여원에 이른다. 신용카드와 관련된 사고와 부정이 이처럼 많은데도 불구하고 올바른 카드 사용문화는 정착되지 않고 있다.

서울YMCA의 설문 조사자료에 따르면 카드 사용자 3명중 1명은 카드 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았으며, 신용카드를 남에게 빌려준 경험이 있는 이들도 4명중 1명이나 됐다. 연체 경험이 있는 카드 사용자가 30.4%에 달했고, 사용의사가 없는 카드를 처리할 때도 회원 탈퇴나 해지하지 않고 단순히 카드만 잘라 버리거나 보관한다는 응답자도 66.1%에 달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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