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MD 참여'논란

입력 2002-12-23 15:08:00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장관이 지난주 미국에서 입밖에 낸 미사일 방어(MD)문제에 대한 언급이 일본 국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시바 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안보협의회에 참석했다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추진중이 MD체제 개발 및 배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장관이 입각 전 부터 'MD 찬성론자'였다는 점에서 그의 이런 발언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일본 국내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이시바 장관의 언급은 일단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MD의 연구단계 참여는 가능, 개발 및 배치는 판단유보'라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8일 미일 양국이 공동 연구중인 MD 체제의 개발과 배치 문제는 연구가 끝난 후 판단할 문제라고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MD 체제의 개발 문제 등은 "필요성이 있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일본의 전수방위에 도움이 되는지 등 여러가지 각도에서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시바 장관을 견제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방위청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일본의 신중론은 MD의 개발단계에 참여하면 연간 1천억엔 이상의 거액을 쏟아부어야하는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며, 배치단계에 들어가면 헌법 해석상 금지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시바 장관은 귀국 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자 "경제적인 면을 포함해서 과연 MD가 우리에게 최적한 시스템인지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얘기했을 뿐으로, 종전과 달라진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 파문진화에 나섰다.

이시바 장관의 이런 해명으로 일본의 MD 개발 및 배치단계 참여 언급은 '없었던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시바 장관의 이런 언행에 대해 장차 일본이 '진짜로' MD개발 및 배치에 참여할 때를 내다본 '애드벌룬' 띄우기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가능성을 언론을 통해 던져놓고 여론의 동향을 탐색해 본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시바 장관이 인도양에 이지스함 파견을 오래전부터 언급했으나, 별다른 여론의 반대가 없어보이자 결국 '진짜 파견'으로 몰고간 것은 하나의 선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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