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것만이 세상을 바꾼다". 가수 서태지가 몇년 전 TV광고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칫 뭣 모르는 치기로 여겨질 듯하지만 앞뒤를 뒤집어 보면 이성적인 이해가 더 쉽다. "세상이 바뀌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한다"라고.
1980년대 20,30대와 2002년 20, 30대는 다르다. 2001년 젊은세대와 2002년 젊은세대는 또 다르다. '붉은 악마' '반미 촛불시위동참'에서 '노사모 운동'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신세대의 '행동'을 끌어낸 시대의 동인(動因)은 무엇일까.
△2002년 젊은세대가 변화를 바라는 이유는="우연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준을 만났다". 단순히 '준'으로만 표현하고 있는 이 TV광고는 대상이 사람인지, 물건인지 아니면 음식인지 종잡을 수 없다. 신형 휴대전화 통신 서비스를 선전하는 이 광고는 제품의 장점보다 이미지를 먼저 각인시켰다. 약 올린다(teaser)는 뜻의 이러한 '티저광고'가 젊은 세대에겐 먹힌다.
이처럼 2002년의 끝을 살고있는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감성코드'다. 개인적이고 당당하며 남의 눈보다 자신의 느낌을 더 중시한다. 이전 젊은세대의 미덕이 'hot'이었다면 요즘은 'cool'이다. 이념만큼이나 이슈가 큰 비중을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은 변했지만 기존 권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젊은 세대의 행동은 시작된다. 젊은세대를 움직이는 것은 보편성에 뿌리를 둔 감정이다.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압사사건을 촛불을 들고 규탄한 것이 흥미거리 때문이 아니듯.
회사원 배수호(회사원·30·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지금 잘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변해야 한다. 안 변하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사원 한송이(26·여·수성구 중동)씨는 "변화의 수용정도는 변화에 익숙한 차이"라며 "요즘 20, 30대가 주로 사용하는 매체인 인터넷은 종이신문보다 업데이트가 빠르다.인터넷에서는 어떤 현상을 보기만하는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참여를 통해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이런 여건속에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더 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대간 갈등과 조화는 어떻게='붉은 악마' '반미촛불시위' '노사모' 등 2002년 20,30대의 결집을 '집단적 정서주의'에서 찾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크다. 지난 19일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를 '이미지' '기획상품'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같은 맥락. 젊어서 뭘 모르는거라고? 기성세대가 종이신문을 넘기는 동안 이들 세대들은 '인터넷뉴스'를 클릭해가며 실시간으로 선거정보를 얻었을 뿐이다.
"기성세대는 '개선'이라는 말은 좋아하지만, '변화'란 말은 싫어한다"고 한다. 세대간 갈등은 변화를 '빼앗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쪽과 '바뀌는 것'으로 이해하는 차이다. '바뀌는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세대간 갈등의 매듭은 어디에서 풀어야할까.경북대 이재열 교수는 "이전 젊은세대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는 출구를 찾지 못해 억눌렸던데 반해, 2002년 젊은세대들은 인터넷이란 장을 통해 '붉은악마'의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미촛불시위도 시도할 수 있었다. 한번 실현을 맛봤기 때문에 변화가능성도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대간 갈등해결을 위해선 이해와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긍하는 기성세대의 자세가 선행돼야하고, 젊은세대들은 기성세대의 경험을 무조건 낡은것이나 버려야할 대상으로 여겨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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