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대법원 관련판례 잇따라

입력 2002-12-23 00:00:00

올해(11월말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는 987건. 하루 3건이나 된다. 그로인해 23명이 목숨을 잃고 1천300여명이 부상했다. 그 중 893건의 범인은 붙잡혀 검거율이 90%를 넘었다. 경찰에 뺑소니 사고 수사 전담반이 설치된 덕분.

그러나 도주·구호조치 여부, 피의자의 당시 상황 등을 둘러싸고 뺑소니냐 아니냐는 법정 다툼도 적잖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판결을 최근 잇따라 내놨다.

▧병원 데려가도 치료 조치 않으면 뺑소니=택시기사 ㅈ씨(62)는 작년 10월 주택가에서 행인의 발을 친 뒤 피해자를 응급실로 옮겼다. 그러나 접수를 않은 채 도주해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줬지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춘 것은 뺑소니에 해당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다른 사람이 구호조치 했으면 무죄=ㅇ씨(33)는 작년 11월 무면허 음주상태에서 트럭을 운전하다 논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논에서 일하던 사람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부상했다. 그러나 자신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버렸다가 뺑소니죄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민 신고로 피해자 구호조치가 이뤄진 뒤이므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 뺑소니로 본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위급 상황도 예외=음독한 아내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다 교통사고를 내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혐의로 기소된 ㅂ씨(50)의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극약을 마신 부인을 병원으로 옮기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판결들에 대해 달서경찰서 박권욱 교통사고 조사계장은 "뺑소니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일단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겨야 하고 부상 정도에 관계 없이 피해자, 의사, 간호사, 119대원 등에게 자신의 연락처 및 인적사항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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