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제16대 대선 의미

입력 2002-12-19 00:00:00

역대 모든 선거가 그때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이었지만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이번 16대 대선만큼 정치에서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까지 파급효과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는 없었다.

대변혁의 시기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다. 하루가 다르다. 그리고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그 도도한 물결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

우선 이번 대선은 21세기의 첫 대통령 선거다. 단순히 세기가 바뀔뿐 만 아니라 그 의미도 전적으로 다르다. 20세기는 막을 내렸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정치구조도 퇴조하고 있다. 바로 3김 시대의 종언이다.

이번 대선은 3김시대와 포스트 3김시대로 정치적 시대구분을 짓는 선거다. 물리적으로도 3김씨의 그늘은 사라지고 있다. 이미 세 사람으로 대표되는 권력독점의 '제왕적' 리더십과 정치계보는 와해됐다. 대신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출현이 필요한 시기다. 아직 그 빈 자리가 채워지진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물결과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갖고 16대 대선이 치러진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그늘을 길게 드리웠던 갈등 구조 또한 그대로인 상황에서 세대간 대결구도까지 보이며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잠복해 있다 선거 막판 두드러진 노선 갈등과 색깔 공방, 노사문제와 도농의 격차 등 빈부의 갈등과 계층 갈등 그리고 아직 선거판세를 좌우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지역 갈등 등 의 모든 요소가 한데 뒤엉켜 있다. 다만 지배적인 갈등구조가 불거진 것은 없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소된 것은 아니다. 변형되거나 다양해진 것일 뿐이다. 여기에다 세대간 정치성향의 극명한 대립 현상도 드러났다. 40대의 중간지대를 사이로 50대 이상과 386세대 이하로 갈린다. 이 대립구조는 기존의 갈등 구조보다 더 폭발력이 있는 요인인지도 모른다. 새 지도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불안 요인은 산재해 있다. 낮아지고 엷어진 국경을 넘어 물밀듯 밀려드는 경제전쟁의 물결, 핵문제와 대량 살상무기 판매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의 향배로 인해 여전히 세계적인 불안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이런 산재한 과제를 새 대통령은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체계를 잡고 그 질서를 확립하고 합리적인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권력 부패와 비리, 지역갈등, 소모적 정쟁으로는 또다시 좌절과 나락의 길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시기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또하나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은 새로운 선거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미디어선거는 정착단계에 들었다. 특히 인터넷은 기존 언론의 위력을 감소시켰다. 대규모 인원동원, 금품살포, 흑색선전 그리고 폭력 등 20세기 선거운동 방식은 효력을 잃고 정책과 이미지 대결, 그리고 사이버 세계의 각축전 등 21세기식 선거운동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또한 정치문화에서도 인터넷은 유권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가능케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는 하향식.점지식 공천,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공룡 정당 등의 정치문화도 변화의 도마 위에 올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왔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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