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후보 표정

입력 2002-12-19 00:00:00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투표일인 19일 새벽 국립 현충원을 찾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45분께 공식 수행원을 배제한 채 현충원에 도착, 현충탑에 분향한 뒤 1분 30초 가량 묵념했다.

이 후보는 묵념을 마치고 연합뉴스 기자에게 "잘 잤다. 오늘은 새 역사가 열리는 날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담담하게 심정을 피력한 뒤 방명록에 한자로 '조국(祖國)'이라고 서명했다.

이어 이 후보는 옥인동 자택으로 이동, 오전 7시 15분께 부인 한인옥씨와 이웃 50여명의 박수를 받으며 투표소가 마련된 옥인동 제일교회로 향했다.

이 후보가 투표소에 도착하자 현장에 나와 있던 30여명의 주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한씨와 함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뒤 이 후보는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투표 종사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이 후보는 "최선을 다했다. 이번 선거는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의 의미와 함께, 혼란과 불안의 시대가 아니라 안정과 희망의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여는 의미가 크다"며 "국민의 선택을 겸손한 마음으로 기다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9일 투표에 앞서 새벽 5시35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전날 밤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데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공조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어 당사 8층 후보실에서 김상현 고문, 한광옥 김태랑 최고위원과 40여분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숙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현 고문은 "나가는 표보다는 우리 지지자들과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단합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선거에 자신감을 보였다.

노 후보는 이어 승용차로 혜화동 자택으로 이동,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건호, 딸 정연씨 등과 함께 오전 7시22분께 종로구민 생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노 후보는 '어젯밤 잘잤느냐'는 질문에 "자는데 깨우더라고요"라며 심야에 긴박했던 상황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그는 카메라기자들을 향해 투표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투표합시다"라고 당부했고, 소감에 대해 "투표라는 것은 곤혹스러운 것이다. 남을 추천하고 우대하는 것이 미덕인데 현대식 투표는 자기를 찍는 것이어서 쑥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19일 오전 7시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상남동 웅남중학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부인 강지연씨와 함께 한표를 행사했다.

권 후보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의 희망을 발견했다. 당락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의 정치, 새로운 정치가 필요함을 느꼈으며 정책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민노당의 선전은 국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후 권 후보는 항공편으로 상경, 여의도당사에서 중앙당직자들의 노고를 치하한 뒤 곧바로 명동성당으로 가 농성중인 서울 가톨릭병원 파업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권 후보는 시내 모처에 머물며 선거운동 기간의 강행군으로 누적된 피로를 달랜 뒤 중앙당사로 돌아와 개표를 참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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