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 대봉1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매주 월, 목요일 저녁이면 음악소리가 퍼진다. 엄밀히 말하면 색소폰 군단(?)의 합창이다.
제 각각 다른 모습을 하며 살고 있지만 이 시간 만큼은 모두 큼직한 색소폰을 하나씩 손에 들고 소리내기에 여념이 없다.
14명으로 구성된 예음 색소폰 동호회. 이 모임은 1970년대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김강섭 악단과 야누스 재즈팀에서 활동했던 김씨에게 색소폰을 배우던 제자들이 98년 만든 단체다.
경력 10년으로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현일(일건축 대표이사)씨는 "술을 적게 먹기 위해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이젠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가 됐다"며 "우리의 목표는 봉사와 친목"이라고 말했다.
박회장의 말처럼 이들은 3년동안 30여회의 연주회를 대부분 가난한 이웃돕기 모금행사나 지체장애인 자원봉사자 위안잔치, 무료급식소 연주 등으로 채우고 조금씩 받은 연주료는 모두 기부금으로 돌렸다.
악장 김중영(대동섬유화학공업사 대표)씨는 "같이 연주하면서부터 가족간 사랑도 깊어지고 연습때면 소리가 너무 좋다며 인근 식당에서 차를 가져올 정도로 대접받으며 산다"고 웃는다.
개인사업, 경찰관,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색소폰과 관련된 일화도 많다. 새벽마다 학교에서 색소폰 연습을 하던 양인식(대구지방경찰청)씨는 이를 지켜보던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결혼까지 하게 됐고, 공원수(대구지방경찰청)씨는 '색소폰 부는 파출소장'으로 알려지면서 매스컴도 많이 탔다.
바이올리니스트 고 심상균(전 영남대 교수) 선생의 실제인 심상화(거송건축사 사무소 대표)씨는 색소폰을 부는 클린턴이 너무 멋있게 보여 이 팀에 가담했으며 서영덕(삼보컴퓨터)씨는 갓 결혼한 부인이 아팠지만 연주회때문에 같이 있지 못한 것때문에 지금까지 큰 소리치지 못하고 사는 형편이다.
또 이영희(대구시 지하철공사)씨는 "반대하던 부인이 정기연주회때 참석한 뒤, '멋있다'며 거금을 들여 색소폰을 선물하더라"며 즐거워했다.
김인규(예음색소폰교육원 원장)씨는 "회원 모두가 색소폰을 매개로 만났지만 이젠 한 가족이 됐다"며 "색소폰은 쉽게 배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연주가 가능한 장점때문에 동호인들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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