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위반 변호사 잘사면 OK?

입력 2002-12-13 12:16:00

불법을 동원해 구청장.군수에 당선돼도 변호사만 잘 사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6개월 전 지방선거 때의 선거법 위반죄로 기소돼 재판 받은 역내 구청장.군수들 거의가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을 선고받아 자리를 유지하게 되자 법조계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해당 단체장들이 선임했던 변호사들이 대부분법원 고위 판사 출신이기때문이다.

12일 대구고법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직위 유지가 거의 확실해진 이신학(57) 대구 남구청장의 변호인은 대구고법.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내고 올해 초 갓 개업한 ㅂ변호사이다.

1심에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의 변호 아래 징역 1년6월이 구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에 몰렸던 이 구청장은 항소심에 들어가며 변호사를 바꿨다.

이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이 피고인이 지역신문 간부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사진.경력이 담긴 기사를 실은 신문을 배포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죄는 질이 나쁘다"며 중형을 선고했었다.

그러나 고등법원 재판부는 "지역신문을 이용한 의정활동 홍보는 선거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벌금 액수를 대폭 깎았다.

대구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역시 올해 초 개업한 ㄱ변호사를 선임했던 이태근(55) 고령군수는 1.2심 모두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자리를 지키게 됐다. 검찰은 출마 포기자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1천만원을 건넨 이 군수의 혐의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1.2심 모두에서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액수가 크나 지역을 위해 봉사했고 득표율도 고려할 경우 당선무효가 될만한 형을 선고할 사안은 아니다"는 것이 이유. 법원은그러면서 재선거 부담을 선고유예의 이유로 들기까지 했다.

이 ㄱ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던 황대현 달서구청장 및 윤진 서구청장도 각각 징역 1년 및 벌금 1천만원을 구형받고도 1심에서 나란히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자리를 유지했다.

이에대해 지역 법조인들은 "고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한 구청장.군수들에게는 구형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며, 전관예우결과로 의심 받을만한 이같은 판결들 때문에 형사사건이 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구지법이 올 7월까지의 최근 일년간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계를 분석해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임 건수 상위 20명(법률사무소 및 중복 수임 포함) 중 8명이 판사 출신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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