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번엔 미사일 공포

입력 2002-12-12 14:00:00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항공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사일테러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항공 전문가들은 케냐 파라다이스 호텔에 대한 폭탄테러와 동시에 감행된 미사일 공격 이후 "미사일이 항공기 공중납치(하이제킹)에 이어 새로운 항공기 테러 수단으로 등장했다"며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8일 케냐 몸바사를 떠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이스라엘 여객기에 발사된 문제의 발사체는 누구나 어깨에 메고 발사할 수 있는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고, 명중됐을 경우는 탑승객 전원이 숨지는 대형 인명피해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모면한 '아르키야' 항공 여객기에도 260여명의 승객이 탑승, 최악의 경우 발리 폭탄 테러보다 많은 인명피해를 낼 수도 있었다.

또 범인이 전세계적으로 암약하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과 관련된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사건의 재발 가능성도 높다. 지난 4일 알자리라 TV방송이 동시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알카에다 대변인 술라이만 아부 가이트의 목소리를 방송한 것도 그 예.

군사 전문가들은 '아르키야' 여객기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 발사대가 미국산 '스팅어' 시스템과 비슷한 러시아제 '스트렐라(Strela)' SS-16 또는 SAM-7 시스템인 것으로 본다. 발사장치와 탄피는 현재 케냐 당국이 몸바사 공항 부근에서 수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현지 전문가들은 TV화면에 나타난 모습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일반인도 어깨에 올려놓고 발사할 수 있는 소형 견착식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CNN은 3일 문제 미사일이 지난 5월 사우디 아라비아의 프린스술탄 공군기지에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가 미군기에 발사했던 것과 동시에 제작된 SAM-7 미사일임이 제작 일련번호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알카에다의 활동무대인 아프가니스탄과 옛 소련지역, 레바논 등지에는 미제와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 발사기가 다량 나돌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올해 이 지역에서 수거한 것만 6천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소련에서 개발돼 중국, 유고, 이집트 등지에서 복제생산된 SAM-7은 미군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대상으로 제작돼 음속으로 1만∼1만5천피트 상공을 비행중인 여객기도 격추시킬 수 있다.

최근 CIA는 지금까지 견착식 미사일이 민간 항공기를 공격한 사례-주로 전쟁지역- 는 최소 29번이나 되며, 희생자 수는 55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서는 국영 '라파엘 군사연구개발회사'가 민간항공기용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긴급 생산하기 시작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 패트릭 바르-아비 프로젝트 담당 이사는 최근 "열추적 미사일을 감지해 목표 항공기로부터 빗나가게 하는 열선 발산장치를 10년전에 개발, 최근 긴급생산에 들어갔다"면서 "이 시스템을 항공기에 장착하는 데 약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국영 '엘알' 항공사는 이미 6개월 전부터 "알카에다의 견착식 미사일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미 FBI의 경고에 따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장착해왔다고 예루살렘포스트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다수 국제항공사들이 FBI경고를 받았지만 미사일 방어체제 장착에는 항공기 1대당 300만달러 상당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장착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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