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10일 열린 TV토론에서도 뜨거운 쟁점 중의 하나였다.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먼저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국회까지 옮기면 완전히 서울이 옮아가는 것인데 이는 국도(國都)를 옮기는 것"이라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서울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정부와 국회가 옮기면 산하단체가 다 옮겨간다.
그러면 서울에는 뭐가 남느냐. 서울이 공동화되고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부동산을 담보로 한 서민들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에 큰 혼란이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 후보는 "이 후보는 사실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행정기능을 옮겨가고 거기에 100만명의 서울시민을 옮겨간다고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미국에 워싱턴이 있다고 해서 뉴욕을 다 옮겨갔느냐"라고 반문하고 "행정수도가 옮겨가도 서울은 경제적 기능, 특히 동북아 물류와 비즈니스의 중심지라는 막강한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경제수도로서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옮겨가지 않는데 땅값, 집값이 내려갈리 없고 강남이 집값을 선도해 집값이 올라가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서울의 과밀로 인해 고통받는 일반서민을 위해서라도 행정수도를 옮겨야 한다"며 당위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 후보는 "현재 대청댐에서 충남북이 식수공급을 받는데 갈수기 때는 물부족으로 식수난까지 겪고 있다"면서 "댐도 새로 파야하는데 그런 생각을 해봤느냐"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까지 지적했다.
노 후보는 "서울이 공동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서울 집중이 완화될 것이며 (이 후보의)예측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비용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가 6조원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4조~5조가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노 후보는 일산과 분당 신도시의 건설과정을 사례로 들어 반박했다.
그는 토론 초기 "4조5천억원이면 행정수도를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이 후보가)40조 얘기했는데 분당만드는데 토지공사가 2조5천억원, 일산 만드는 데 4조원 들었으나 기반시설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다 회수하지 않았느냐. 17만9천여평 기는 데는 6조원이면 충분하다"고 액수를 수정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전남도청 이전에만 2조5천억원이 드는데 과연 노 후보가 말한 액수로 (행정수도 이전이) 되겠느냐"며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직자들을 통해서도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둘러싼 논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정책성명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6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섣불리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사항이 아니다"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주도면밀한 설계가 우선되어야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국가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남북통일에 대비해 부적절하고 인천허브공항의 실질적인 역할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호남과 영남.강원지역은 오히려 침체될 우려가 있다"면서 "지방육성을 위해서도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1일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 나선 노무현 후보도 본격적인 정책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정대철 선대위원장은 "서울은 행정과 교육 주택문제 등 구조적인 모순을 잉태하고 있어 분권과 분산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행정수도 건설 공약의 실현에 의문이 많았으나 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현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채정 정책본부장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대로라면 정부 각부처를 지방으로 분산할 경우에도 서울의 공동화현상이 빚어지지 않느냐"고 한나라당 주장을 반박했다.이에 앞서 임 본부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행정수도를 충청권에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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