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드라이빙 미스터 아인슈타인

입력 2002-12-06 14:03:00

뇌 크기가 천재성을 좌우할까. 누구나 예전의 과학기사에서 그런 내용을 봤거나, 비슷한 속설이 자주 세인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세기 최고 천재라는 아인슈타인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상대성이론을 창안, 원자폭탄과 레이저빔의 제작, 핵융합과 우주프로그램 등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슈퍼 천재의 머리는 아마 뭔가 달라도 다를게 아닌가.

근데 1955년 사망직후 의학연구를 위해 그의 몸을 해부한 결과, 뇌크기는 고작 1.23kg에 불과했다. 성인남성 평균 뇌무게인 1.4kg보다 훨씬 가벼웠다. 속설이 틀린 셈이다. 육체파배우 마릴린 먼로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어 부검을 해보니 그녀의 뇌무게는 3kg이 넘는 엽기적인 무게였다고 한다. 혹 뇌의 크기와 머리쓰는 것은 반비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의 뇌는 사망후 240개의 조각으로 잘게 잘게 나뉘어져 뇌신경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아직도 뇌신경학자들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 보관된 뇌조각들을 이용, 천재성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그의 뇌는 수학적 능력과 공간 지각력 등을 관장하는 아래마루엽이 보통 사람에 비해 15%가량 넓으며, 좌우 아래마루엽 사이의 실비안열구라는 주름이 훨씬 얕고 부분적으로 끊어져 있으며 그 자리를 뇌신경세포가 채우고 있다는 것.

이러한 특징들이 뇌신경세포 사이의 상호 소통을 향상시켜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수리, 추리 능력을 탄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죽은 사람의 뇌를 갖고 있는 건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를 간직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며 보통 사람의 뇌와 별 다를게 없다는 학설을 내놓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뇌를 그당시 부검을 맡았던 30대 젊은 의사가 갖고 달아났다는 점이다. 토마스 스톨츠 하비 박사는 무슨 이유때문인지 아인슈타인의 뇌를 떼내 두개의 쿠키 단지에 보관해 왔다. 괴짜의사는 뇌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되고, 의사면허까지 포기해야 했다.

40여년후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패터니티는 우여곡절 끝에 84세의 고령이 된 그를 찾아내 인터뷰를 시도했다. 저자는 하비박사가 아인슈타인의 손녀 에블린과 만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을때 그의 운전기사를 자청, 함께 11일간 서부로의 여행을 떠난다.

노란액체(포름알데히드)에 둥둥 떠있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서…. 젊은 저널리스트의 기묘한 여행기를 담은 책이 '드라이빙 미스터 아인슈타인'(문학세계사 펴냄)이다.

그는 하비박사에게 아인슈타인을 부검하던 당시와 그의 뇌를 혼자 연구하고 전세계 뇌신경학자들에게 뇌조각을 보내 연구케 한 과정을 상세히 전해듣는다. 저자는 전세계인들이 아직까지 불세출의 천재에게 열광하는 이유와 그의 사후에도 이어지는 온갖 아인슈타인 현상들을 아주 다양하고 유머스럽게 기술하고 있다.

'로드 무비'를 연상시키 듯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주변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대목들은 아주 쉽고 재미있게 씌여졌다. 결국 하비는 1997년에야 아인슈타인이 사망했던 프린스턴병원에 두개의 단지에 담긴 그의 뇌를 넘겨준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인간의 뇌

성인의 머리 속에는 뇌세포가 약 400억개 있다. 이는 머리를 제외한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수와 맞먹는다. 그러나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끝이다. 절대로 주위의 뇌세포가 증식해서 죽은 뇌세포의 공간을 메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의 뇌세포는 상처를 받지 않아도 하루 20만~30만개 씩 죽지만 워낙 뇌세포가 많아 그정도의 '사망'으로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지는 않는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의 뇌 무게는 600g·만 6세면 1천g이 되고 곧 성인과 같은 1천 300~400g이 된다. 거북이의 뇌는 1g,원숭이는 200~300g이지만 크다고 좋은 것만 아니다. 코끼리의 뇌는 무려 6㎏이다 고래는 그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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