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돈에 자유롭지 못한 연예산업

입력 2002-08-29 14:20:00

1910년대 영화 '팡토마'의 닉 카터에게 세계도처에서 러브레터가 폭주했다. 하지만 닉 카터는 영화의 주인공에 불과했다. 스크롤에 출연 배우의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결과다.

제작자들이 '스타'의 상품가치를 알지 못하여 배우의 실명을 무시한 탓이다.그러다가 제작자들은 달라졌다. 영화보다는 배우에 열광하는 관객을 보면서 더욱 그랬다. 흥행을 결정하는 것이 스타임을 인정했다.

결과 스타의 몸값이 치솟았고 그들은 자신을 대리하여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계약하는 에이전트를 필요로 했다. 한국은 음반산업이 먼저다. 1970년대 가수들의 야간업소 출연이 많아지면서 신체보호와 스케줄 관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에이전트보다는 단순잡일이 요구되었고 주먹출신이 끼여들 여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한국 연예계에는 그 잔재가 남아있다.나아가 연예인으로 제한된 시장이 매니저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연예인에서부터 스포츠스타, 정치가에까지 영역이 확장되는미국과 달리 매니저의 활동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경제적 지분이 많지 않다.

또 있다. PD는 방송사에 수직으로 통합되고 드라마 작가는 소속되기를 거부한다. 매니저사가 배우만을 고객으로 삼을 수밖에 없고 캐스팅디렉터보다는 작가나 PD를 상전으로 모시는 것이 유리하다.

게다가 기껏 키워놓은 스타는 매니저에게 할당되는 수익금을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족을 매니저로 둔다. '인맥이라는 연결망'과 '경험'을 최고의 무기로 삼아 단 한번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김혜수, 차태현 등을 소속으로 하는 싸이더스는 1층에서 3층까지 건물 모두를 사용할 만큼 거대한 회사지만 주먹구구식 운영과 내분이 극에 달했다.결국 영화제작을 주로 하는 싸이더스와 매니저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싸이더스 HQ로 나뉘어졌다. 김정은, 이영애, 김효진이 소속된 에이 스타스는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1년 만에 거덜냈다.

신화, HOT, SES의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연예기획사를 모방하는 듯 했지만 로비보다는기획력이 돋보였다. 경영마인드도 좋았고 운영도 합리적이었다. 오너 이수만은 대표나 사장님보다는 음반프로듀서를 자청했고 '선생님'으로 불리길 희망했다. 그러나 SM마저도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한국연예산업은 돈과 성(性)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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