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경선, 실패한 정치실험인가

입력 2002-07-31 15:20:00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8·8재·보선이후 노무현 후보와 내가 모두 사퇴하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발언, 파문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헤쳐 모여'식의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노(盧) 후보측은 노무현 당(黨)으로 재창당 하자고 맞서면서 한·노(韓·盧)체제가 내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크게 웃돌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끝간데 없이 떨어지는데다 8·8재·보선 전망조차 지극히 어두운게 민주당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대선후보 교체론과 신당 창당 주장이다. DJ의 손때 묻은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대통령 후보를 바꿔야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민주당의 고육책을 이해는 하면서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입장은 못된다. 무엇보다 지난 4월 한달동안 전국민의 관심속에 치러졌던 '국민 경선'을 민주당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어떤 연유이든간에 국민과의 약속 위반인 것이다.

우리는 민주당의 국민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광주의 위대한 선택' 또는 '한국 정치의 혁명적 변혁'이라는 그들의 주장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신당 창당이라니 한마디로 말해 헷갈린다. 민주 정치란 책임 정치다. 때문에 집권정당의 치적(治績)에 대한 평가 또한 정당원 모두의 몫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권력부패와 DJ정권 실정(失政)의 책임이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남의 일이나 되는 듯 스스럼 없이 신당창당과 재창당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책임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설령 어쩔 수 없이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실정에 대한 뼈 아픈 자성(自省)의 소리부터 있었어야 했다는게 국민들의 심경인 것이다.

우리 정치는 대선을 앞두고 의례적으로 이합집산을 해왔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을 논의하며 내분을 벌이고 있는 정치 현실이 남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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