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고 세상읽기-세계 한국학의 새 전망

입력 2002-07-23 00:00:00

지난주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학 세계대회는 여러 면에서 뜻 있는 모임이었다·

'한국문화 속의 외국문화, 외국문화 속의 한국문화'라는 주제를 '타자를 껴안기(Embracing the Other)'라는표어로 내걸고, 세계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단체인 국제고려학회, 유럽한국학회, 오스트레일리아 한국학회가 공동 주최하여, 25개국에서 500명에 가까운 참석자가 참석하였다.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분열된 한국의 실상을 보여주듯 세계의 한국학연구도 한국학, 조선학, 코리아학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러한 명칭의 불통일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회들이 협동하여 이번에 첫 대회를 가진 것은 큰 성과였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측의 참여를 약속 받았음에도 끝내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남북간에 번갈아 개최할 전망도 없지않다 한다.

세계 6대주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빼고모두 모였는데, 300명이 논문발표를 신청하였지만 150편을 선별해서 발표하였다. 그래서 논문수준도 높은 것들이라는 평이었다.패널도 역사, 문학, 사상, 종교, 예술, 민속, 언어,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교육, 북한 등으로 광범했고, 특수주제로 구성돤 자유패널도 10개에 이르도록 다양하였다.

맘모스 국제회의는 늘상 장단점을 갖지만, 한국을 연구하는 전세계 학자들이 모여 발표하고 토론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한국학연구도 CD롬화하고 인터넷에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발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이씨 조선과 도쿠가와 일본의 법률교류'를 역사분과에서 발표하였다. 법사상사라는 특수학문을 해서인지 이런 학술모임에서 다른 분야 학자들과 담론하는 것이 즐겁다. 이번에도 많은 학자들과 얘기하며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의 사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중국에서 온 한 여성학자는 한국무용을 연구하며 남북한의 무용을 비교하고 있다한다. 나는 평소 우리가 춤 따로 노래 따로 놀기때문에 대중이 함께 어울리는 예컨대 일본의 마을축제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국의 민중문화가 살 수 있다고 의견을 물어 봤더니, 바로 그렇다고 하면서 북한은 그런 면에서 좀더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물론 이데올로기화한 면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아니나, 우리가 문제점을 포착하고 노력하면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학을 하는 학자들은 이중(二重)의 부담을 지고 산다. 한국이 잘 되어야만 외국학생들과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대회 이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우리가 정부적 차원이나 학계에서 한국학을 위해 좀더 심층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점이다.

비근한 예를 들면, 요즘은 뭐라 해도 영어로 소통하는 시대인데, 한국역사사전이나 한국인명사전 등 한국에 관한 영문서적의 국내출판이 너무 부족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정책의 결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한국에 대한 흥미를 느껴 한국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 주어야 한다.

나는 이번 한국학대회에 참석하고 나서, 이제는 한국학도 외롭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21세기에 걸맞게 적극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학계에 뿌리를 내리는 활력이 총합될 때가 되었다고 느껴졌다. 남북통일도 정치적 통일에 앞서 이러한 문화적 학문적 동질성에 대한 모색과 정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학자들과 강화도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몽고의 침입에도 불경을 깎고, 병인, 신미양요의 외세에 대응하던 현장을 답사한 후, 밤늦게 버스에서 아리랑을 함께 부르고 돌아오며, 세계 속에 한국학의 현존을 새삼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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