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쌀 복지시설 기증을

입력 2002-07-23 00:00:00

정부가 서해교전 사태로 올해 대북 쌀 지원이 사실상 무산됐다면서 '재고쌀 처리'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딱한 일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전체 쌀 재고는 1천380만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989만섬보다 390여만섬이 늘어난 수치다. 총공급 물량은 전년 이월 재고량 989만섬보다 390여만섬이 늘어난 것이다.

총 공급물량은 전년 이월 재고량 989만섬, 지난해 풍작으로 인한 쌀 생산량 3천830만섬, 의무수입물량 107만섬 등 4천926만섬에 달한다.

반면 수요량은 감소된 쌀 소비량 2천888만섬, 가공용 267만섬, 종자 및 감모량 391만섬 등 모두 3천546만섬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재고물량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재고율인16~17%보다 두배이상 높은 39%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는 과잉재고 쌀 특별처리를 위해 북한 식량 지원, 해외식량 원조, 사료용 처분, 가공영 처분 등 여러가지 방안을 수립, 재고처분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가공용 100만섬처분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재고쌀 처리에 다급해하는 이유는 10월말까지 창고의 보관 여력은450만섬인 반면 11, 12월 창고 수요는 650만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8월부터 재고처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창고부족으로 수매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우슨 순위를 두고 추진해온 200만섬 규모의 대북 지원이 어려워지자 재고쌀 200만섬 가량을 세계식량계획(WFP) 등에 무상원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100만섬을 사료로 만드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쌀이 좀 남아 있다고 하여 가축사료로 쓰겠다니 도대체 이 정부는 결식가정이 상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내 집 뒤주와 곳간에 쌀이 가득찼다고 이웃에 발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축에게 먹이겠다는 격이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노릇인가.

굶주리는 동포들이 부지기수인데 남의 나라 도와주겠다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앉아 있으니 이 무슨 당찮은 짓인가. 여러 말 할 것 없다.

처치곤란할 정도로 그렇게 쌀이 많다면 결식가정은 물론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영세민 등에게 무상으로 쌀을 나눠주기를 바란다.

변경섭(대구시 두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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