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바탕 자유분방한 추상작품

입력 2002-07-22 14:06:00

"탄탄한 구상 실력을 바탕에 깔고 추상작품으로 대성한 작가로 감히 평가하고 싶습니다. 작가의식이 투철하고 엄청난 작업량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서양화가 장이규(47)씨가 사제지간을 떠나, 작가의 입장에서 유병수(65.계명대 미대 교수)씨를 평가하는 말이다.

유병수씨는 올해말 30년간의 교직생활을 끝낸다. 이에 맞춰 계명대 서양화과 출신 제자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을 마련했다. 24일부터 29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053-420-8015)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70년대부터 최근에 그린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의 근작을 보면 색과 면들이 마치 무중력 공간을 부유하는 듯 화면속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유분방한 드로잉과 재료적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그의 탁월한 감각 때문에 가능한 작품일 것이다.

추상작가들이 상당수 그러하듯, 그도 시대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소리(音)'의 회화적 형상화를 추구하던 60년대, 기하적인 형태와 유기체적인 형태의 결합을 보여주던 70년대, '풍경 이미지' '자연' 등의 제목에서 보듯 서정적 추상을 표현한 근작까지….

한 화가는 "추상작가이면서도 그만큼 뛰어난 드로잉 실력을 보여주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평하면서 "특히 정점식 계명대 명예교수와 죽농 서동균의 초상화에서 보듯 탁월한 인물화를 그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자는 주말이나 방학때 체육복 차림으로 작업실에서 쉼없이 작업하고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여주던 유 교수의 모습에 많은 학생들이 자극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요즘 건강이 좋지않아 작업량이 많지 않다는 유 교수는 "지금까지 화가보다는 교육자로서의 보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사람들의 허점을 메워주는 것이 예술인데 이제까지 이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도 제자신의 정체성 발견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 것 같긴 합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