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오벨리스크 返還

입력 2002-07-22 00:00:00

문화재는 한 나라의 문화사적 증거물로서 그 나라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리거나 파괴되면 회복이 어려우며, 그것이 생성된 환경에서 연관된 다른 문화재들과 함께 놓여 있어야 진정한 가치를 발산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전문가가 '문화재는 서서히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 문명을 짓밟는 무뢰한이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지만,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많은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문화나 점령 국가의 문화재들을 조직적으로 약탈하거나 파괴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문화재 반환은 그러므로 역사적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문화 민족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식민지 상황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열강 국가들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가들의 반환 요구에 대해 미온적·배타적 태도, 문화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자기방어의 정치적 제스처를 거듭해 오기도 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식민지 약탈의 상징이었던 '악숨 오벨리스크'가 고향인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게 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1천7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문화유산의 반환 절차에 착수, 이를 둘러싼 오랜 분쟁이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1941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한 뒤 이 구조물의 반환을 요구, 47년과 80년, 98년 세차례에 걸쳐 반환에 합의했으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의 국경 분쟁을 빌미로 반환이 지연돼 왔다 한다.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은 1937년 에티오피아 악숨 지방에 있던 높이 24m의 이 구조물을 3개 부분으로 분리해 로마로 옮겨 왔다.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신앙의 상징으로 건립된 이 기념비는 석재로 만들어졌으며, 단면은 사각형이나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리미드 꼴을 이루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는 로마 도심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건물 옆에 자리잡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벼락을 맞아 상단 일부가 파손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었다.

▲학계에 따르면 구한말 일본이나 서구로 흘러들어간 우리의 문화유산이 20개국 총 7만4천548점으로 추정된다 한다. 하지만 이는 국·공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문화재를 중심으로 조사돼 해외의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개인 소장자가 지니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유출됐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우리도 지금 프랑스 정부와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민족 정신의 상징을 되찾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각오를 새롭게 다질 때가 아닌가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