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요지경같은 세상이다. 연봉 수억원대의 펀드매니저가 원숭이와의 수익률 게임에서 지고 경제학 석.박사들도 울고 가는 곳이다.
주가를 결정하고 예측하기 위해 수많은 이론과 투자기법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어느 것도 '정답'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칭송도 받지만 '공인된 도박장'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주가야 말로 가장 난해한 '화두'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적정주가가 70만원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가격 동향이 어떻다는 둥, 주가수익률이 어떻다는 둥 이런저런 복잡한 지표들을 집어 넣은 뒤 적정 주가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고 투자하다가 속칭 '깡통'차기 십상이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름아닌 '수급'이라는 점이다.
주가는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올라가고, 팔고자 하는 이가 많으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어떤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크게 올라가더라도 그 가격에 살 사람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우세하다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다.
뉴스 즉, 호.악재는 주가를 결정하는데 부차적인 요소라는 극단론도 있다. 재료는 시장 참여자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미국증시가 폭락한 다음날 국내증시도 하락했다. 이 때 '미국증시 동조화가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증권면을 장식한다. 다음날 미국증시가 폭락했다. 그런데도 국내증시가 오르면 '한국경제 펀더멘털이 좋아 미국증시와의 디커플링(차별화)을 이뤘다'는 식의 억지 해석이 지면에 오르내린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기관, '개미' 등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치열한 머니게임을 벌이는 곳이다. 개미 중에는 순수한 개미도 있지만 속칭 '큰손' 즉 '왕개미'도 있다. 양떼가 양치기 개 한마리에 몰려 다니듯 시장은 시장주도집단에 의해 움직이며,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개미에겐 시장을 주도할 힘이 없다.
통상 외국인, 기관, 왕개미는 풍부한 자금력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주식을 매수한다. 반면 개인은 주식을 사 놓은 뒤 무작정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정보력과 자금력, 시장주도력에서 절대 불리한 개미들이 증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주가를 섣불리 예측하지 말고 시장 선도세력들의 의도와 움직임을 간파해 대응하는 것 뿐일 것이다.
이름 난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투자자들로부터 "시황을 거꾸로 본다"며 비판을 받는 이들이 꽤 있다. 지금 '안티뷰닷컴'(www.antiview.com)이라는 증권사이트에서는 최악의 애널리스트를 네티즌 투표를 통해 뽑고 있는데 국내 증시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 애널들이 순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유명 애널들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가가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라든가 "바닥은 000 포인트"라는 식으로 주가를 예측하려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이지 않는 시장주도집단들이 이들 유명 애널들과 언론 보도를 역이용하기 때문에 유명 애널들의 시황은 고의든 아니든 거꾸로 갈 가능성이 높다.
www.cybergosu.com 대표 이선달씨는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나 실적에 의해서만 움직여준다면 주식투자보다 쉬운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주가는 경제이론과 상식에 의해 움직여 주지 않으며 증시 주변의 수많은 호.악재는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채 이용된다"고 보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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