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함께가자-(2)문화교류

입력 2002-07-10 15:10:00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6월 7~9일. 대구야외음악당에서는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월드컵 기념 공연 '투란도트'가 열렸다.

4억5천여만원을 들여 제작된 이 공연에는 사흘동안 6만여명의 관객이 찾아 대구에서 열린 단일 공연으로서는 최대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당시 뜻있는 문화예술인 사이에서는 이러한 대형무대를 사흘공연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연기간 연장이나 경북도내 순회공연이라도 벌이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2억여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문제가 돼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0년 9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때 불국사 경내에서 공연된 경북오페라단의 '무영탑'은 계명대 이승선교수가 작곡한 초연작이지만 일회성 공연에 그치고 말았다.이 교수는 "오페라는 작곡이 쉽지 않은 만큼 작곡자로서는 일회성 공연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행정적인 차이때문에 대구공연은 못했지만 당시 제작비 1억2천여만원의 30~40% 정도만 들여도 대구공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구시립' 오페라단, 혹은 경북도 예산지원작이라는 한계로 인해 경북도내 순회공연이나 대구공연에 대해서는 기획단계부터 단 한차례의 논의조차 되지 못한 데 있다.

이는 대구·경북간, 특히 행정기관 사이에 문화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지나지 않지만 이러한 인프라 구축부재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대구시민·경북도민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화인프라 구축은 행정적인 융통성만 있으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지금까지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환우 대구시청 문화예술과장은 "대구·포항 시립극단의 합동공연이나 오페라의 경북 순회공연 등처럼 SOC 사업과는 달리 문화예술방면의 공연은 약간의 행정적인 지원만 있으면 쉽게 교류가 가능하다"며 "결국 예산이 걸림돌인 만큼 기초·광역 자치단체장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신념과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구와 경북은 문화인프라 구축에 있어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긴밀한 협의를 해야할 부분이 많이 있다. 대구시로서는 달구벌 축제 활성화나 현재 구상중인 무형문화재 전승관 등을 포함한 전문 박물관 타운 건설 부지 협의 등의 현안이 있고, 경북도로서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협조와 안동 국학진흥원 활성화 등 양 자치단체의 협조만 이뤄지면 경비절감은 물론 자연스럽게 문화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윤용섭 경북도청 문화체육국장은 "좁게는 양 자치단체의 예술단 교류·합동공연, 넓게는 합동 한마음 축제나 대구·경북 문화를 상징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마련 등 협의할 내용이 많다"며 "대구·경북은 행정 편의적인 구분일 뿐 영남 문화의 활성화와 가치 정립 시각에서 본다면 이러한 논의는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간 문화인프라 구축은 무엇보다 예술인들이 바라고 있는 문제.권정호 대구예총 회장은 "사실 예술인들은 대구·경북의 경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공연·전시가 대구·경북 각지로 순회될 경우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나 내년에 예정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같은 대형행사때 대구·경북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지역 미술계의 현안이 돼있는 대구시립미술관 건립의 경우, 구미·경주·김천 등 대구 인근 시·군 미술계를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감대만 형성되면 경북도의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예산지원이 걸림돌이지만 예술인들에게서는 지원금과 함께 행정이 걸림돌이 된다.

예술계의 한 인사는 "문화인프라 구축은 우선 대구시와 경북도가 단체장의 치적개념에서 벗어나 예술인들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만 가능할 것"이라며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건립되고 있는 문예회관이나 구민회관 건립 등은 지역간 문화인프라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예진흥기금이나 공연단체지원금의 경우 순회 공연을 하고 싶어도 대구·경북 중 한 곳에서밖에 지원이 안되는 문제도 행정적인 융통성만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거창한 계획보다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또 현실적으로 대구·경북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에서부터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