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맥베스'에 등장하는 주인공 맥베스는 사람 죽이기를 밥 먹듯 한다. 스코틀랜드의 장군인 그는 마침내 왕을 죽이고 왕좌에 올라서도 마찬가지 기세다.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난 사람은 맥베스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고 자만심에 빠져 온갖 나쁜짓을 서슴지 않는다. 어느 날 제왕절개(帝王切開)로 태어난 맥더프가 저항세력을 이끌고 '나 맥더프는 달도 차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났다'고 외치며 맥베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길베뮈가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제왕절개술은 1610년 독일의 트라우트만이 실행,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한다. 그렇다면 1606년 초연된 '맥베스'에 그런 대목이 삽입된 건 길베뮈로부터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시대에 죽게 된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구했다는 기록도 있어 그 역사는 수천년이나 될는지 모른다.
▲제왕절개는 맥더프처럼 태아가 너무 커서 불가피할 경우도 있을 테지만, 모체의 자궁이나 질이 기형이라든가, 산모나태아가 위독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 그 사정이 크게 달라진 모양이다. 그 원인이 처녀 몸매를 유지할 수 있고,부부생활에 좋으며, 고통이 적고, 아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연결되고 있다 한다. 게다가 아기의 머리가 좋아지고,원하는 사주(四柱)를 가질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까지 보태지는 모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제왕절개율이 1999년 43.0%까지 치솟았다 2000년에 38.6%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산모 10명 중 4명 꼴인 39.6%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5~15%는 물론, 일본과 유럽연합(EU) 가입국 평균 20%,미국 23% 등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정상 분만보다 입원 기간이 2.6배나 길고, 진료비가 2.7배나 비싸며, 산모의 사망률도 4배나 높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세계 최고 수준'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는지….
▲지난 2000년 1월 1일 0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밀레니엄 베이비'의 탄생 장면을 본 기억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이 세상에서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그토록 소중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은 고통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도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제왕절개율 증가와 같은 왜곡된 의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부.의사.의료소비자 모두가 의료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바탕으로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의사들이 잘못된 출산문화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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