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을 계획촉발한 북한이 이번엔 우리 고속정 인양작업시 사전통보까지 요구한 그 행태는 한마디로 갈수록 태산이요, 방귀 뀐 무엇이 성내는 꼴이다. 또 우리가 이번 사태의 처신에서 얼마나 당당하지 못했으면 저럴까, 우리의 약점, 속내를 다 읽힌 것 같아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우리 배의 침몰지역이 99년 연평해전 이후 그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 안쪽이기 때문에 새로운 충돌을 막으려면 인양작업 내용을 세세히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의 공개협박이다. 그들의 군사통제수역이란 지금까지 남북간에 합의한 적도, 우리가 묵인조차 한적도 없다.
오히려 그들이 물고 늘어지는 우리의 NLL(북방한계선)은 휴전직후인 1953년9월부터 우리 군이 사수해왔고, 84년엔 대북(對北) 수해물자 지원선박이 북측과 만나는 지점으로, 92년엔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해상 불가침 경계선'으로, 그 실체를 북한 스스로 인정해온 해상분계선이 아니던가.
이것을 이제와서 뒤집겠다고 나선 것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우리측의 대응에 대한 일종의 맞불작전이자 선제도발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상습적 기만술임을 우리는 알고있다.
문제는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태연히 억지주장을 내놓는 그 이유다. 그 첫째가 북한주민 내부단속용, 둘째가 대남용(對南用)으로 '이후사태에 대한 책임떠넘기기', 셋째는 NLL문제로 북.미간 직접협상을 노리겠다는 대미용(對美用)이다. '악의 축'이후 좁혀지고 불리해진 북.미협상의 전환점을 '테이블'이 아닌 '서해교전'에서 찾고자 했음이다.
협상의 카드로 '전투'를 써먹는 그들의 속내에 우리의 햇볕정책이 참고되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즉각 북측요구를 일축하고 추후 NLL침범을 좌시않겠다는 해군의 단호한 천명을 믿으면서, 동시에 우리정부도 제발 좀 정정당당해지기를 바란다.
양지(陽地)는 음지가 있음으로 해서 더욱 뚜렷해진다. 햇볕에 녹으려면 북한이 녹아야지 왜 우리만 자꾸 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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