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입맛이 썼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원 각자의 소신에 따라 자유투표(크로스 보팅)로의장을 선출키로 합의해 놓고 서로 단일 후보를 내정해 표 대결로 갔다.
사실 자유투표제 도입에는 국회의석 상황 변화가 적잖게 작용했다. 양당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의장 선거를 표 대결로 갈 분위기였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민주당 의석이 하나 줄면서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자 민주당이 의장단 구성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끌어 들이기 위해 자유투표제를 제의하는 대신 박관용 의원의 후보 지명을 공식 철회했다.
이에 따라 3공 이후 처음이라는 자유투표제가 실시되는 듯 했으나 8.8 재.보선과 연말 대선을 향한 양당의 기세싸움으로선거는 사실상 후보 내정 표 대결로 흘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박 의원을 후보로 계속 밀면서 당내 표 이탈을 단속해 왔다. 민주당 또한 김영배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를 만들었다. 이런 판이니 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투표용지에 의장 후보감을 적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실제 투표결과에서도 대부분의 표가 양당의 후보로 꼽혔던 박, 김 의원에게 몰렸다.
게다가 양당 모두 비교섭 단체(자민련)에게 부의장을 할애하는 이례적 기록까지 남겼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의장 당선을 위해 한 표가 아쉬웠을 것이고 민주당은 향후 정국에서 자민련과의 공조를 겨냥했을 것이다.
결국 자유투표는 각 당의 개혁의지보다는 당리당략을 따라 갔다. 이 과정에서 각 당의 개혁 세력을 자처하는 의원들조차도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더욱 고조될 것 같다.
서봉대기자 jinj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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