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각 시기·폭 저울질

입력 2002-07-05 00:00:00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중립내각 구성을 공식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김 대통령이 과연 개각을 할지, 한다면 그 시기와 폭은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노 후보의 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노 후보가)개각을 언급하는 것은 유감"(박선숙 대변인), "헌법에 명시돼 있는 통치권자의 권한을 훼손하는 초헌법적 발상"(조순용 정무수석)이라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반응은 당의 요구에 밀리는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개각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시간을 두고 보자""대통령이 결심할 문제"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이같은 어법은 대통령 아들의 비리와 서해교전의 대응 미숙으로 이반된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는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의 우회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심 수습 이외에 남궁진 문화부장관의 8·8 재보선 출마와 김동신 국방부 장관에 대한 인책론 대두 등의 새로운 변수도 개각을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개각을 단행할 경우 그 시기는 인선 검토에 필요한 시간과 8·8 재보선에 개각이 미치는 효과 등을 감안해 이달 중순쯤이 될 것이란 예상이 가장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다음주에 개각이 단행되거나 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직후인 8월초가 될 것이란 관측도 하고 있다.

폭은 아무래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한동 총리와 관련, 노 후보의 요구를 수렴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참신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 총리의 후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그런 인물이 있다해도 총리직을 수락할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개각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이유도 바로 총리 후보를 찾기 어려운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나머지 각료들은 노 후보의 요구를 일정 수준에서 수용하고 국민들에게 중립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선에서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행자부, 법부무 장관의 교체 여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