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DJ의 리더십

입력 2002-07-02 00:00:00

한국 축구가 4강에 진출했을 때 영국의 어느 저명한 축구칼럼니스트가 '히딩크의 인기가 DJ보다도 훨씬 더 높다'는 글을 썼었다. 히딩크식 리더십의 많은 요소중 핵심은 두가지라고들 말한다.

첫째, 학맥 인맥 연고주의에 얽힌 선수선발 관행의 과감한 파괴로 건실한 조직을 구축한 것, 그리고 기본과 원칙의 철저한 고수로 42위짜리 축구팀의 보석같은 숨 은 잠재력을 4강수준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반대로 DJ식 리더십은 지역 편중 인사로 인적 잠재력과 통합의 신명을 약화시키고 형님먼저 아우먼저식 패거리 부 패로 5년을 허송하면서 78조원의 공적자금 빚만 남겼다. 그러한 두사람의 리더십 격차는 서해교전에서 보여준 DJ식 국가방어 리더십에서 다시한번 극명하게 드러냈 다.

'전쟁에서는 신속과 과감함이 으뜸이고 우물쭈물 유예(猶豫)하여 결단을 못내리면 용병의 해(害)가 이보다 더 클 수가 없다'(用兵之害 猶豫最大). 손자병법과 함께 병법서(兵法書)의 최고봉이라는 '육도(六韜)'의 군세편에 나오는 전략 기본지침 이다.

20여명의 젊은 장병들이 속절없이 사상당한 서해교전의 어이없는 패전 역시 막강 한 첨단 화력을 갖고도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공격의 결단을 머뭇거린 결과였다. 적함의 포신이 조준각도로 움직이는 걸 감지하고도 경고→시위차단→경고사격→위 협사격→조준사격이라는 다단계 교전수칙 등에 묶여 고스란히 당한 셈이다.

마치 안정환이나 송종국이 순간적 슛 찬스를 잡고도 벤치에 서 있는 히딩크 얼굴을 쳐 다보며 찰까요 말까요 묻다가 공만 빼앗기는꼴이나 다름없다. 확전을 우려해 전투 중 사격중지명령을 내렸다는 DJ정부의 어이없는 주적인식 자세도 상대가 강팀일수 록 담력과 자신감을 북돋워 이기게 한 히딩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도대체 확전의 기준이란 것이 '서울이 불바다' 될때 비로소 정식으로 싸워도 된다 는 소린지 앞으로 계속 장병 수십명 정도 죽고 다치는 정도로는 사과니, 재발방 지 '촉구'나 하고 앉아있겠다는건지 알 수가 없다. 놀랍게도 일본에 간 DJ는 전사 자 영결식날에도 서해교전이 햇볕정책탓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정말 그럴까. 서해교전 직후 호주 시드니의 한 신문을 보자. '김 대통령이 며칠전 햇볕정책이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안전을 가능케 했다고 자랑했었다'는 기사다. 금강산 관광비용으로, 비료로, 흥청망청 돈으로 때워놨으니 월드컵 경기 동안 얌 전히, 안전하게 있을거라고 큰소리 치다가 3.4위전 열리는 잔칫날 두들겨 맞은 DJ 를 조롱하는 듯한 기사였다.

그럼에도 아군 젊은 장병들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산화한 마당에 전범들에게 관광수익을 보태주는 금강산 관광은 계속하겠단다. 이상한 리더의 이 상한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

4천700만이 한곳을 향해 염력(念力)을 모으고 한달동안 한목소리로 내나라 이름을 외친 그 엄청나고 불가사의한 에너지와 감성의 뿌리가 무엇이며 만일 그 에너지 가 반대쪽으로 흐를 경우 어떻게 될지를 모르는 리더가 있다면 참으로 아둔한 리 더다.

히딩크가 가고나면 남은 우리 지도자들의 리더십만으로 과연 4천700만이 보여줬던 그 열기와 마음의 통일을 똑같이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그래서 의문스럽다. 대 통령에서 부터 정치인들까지 히딩크처럼 몽땅 수입초빙해오자는 우스개같은 소리 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의문이나 불신과 무관치 않다.

이번 서해교전 대응자세를 보면서 한가지 의문을 떠올리게 된다. 작년 DJ가 김정 일의 승용차를 타고 순안공항서 평양시내로 들어갈 동안 무슨 말을 들었을까 하는 많은 국민들이 품고 있던 그 의문이다. 수십명 장병을 살상하고 아무리 돈을 줘 도 계속 생떼를 부리는 북한에게 왜 그토록 끊임없이 고개숙이고 햇볕정책에 신앙 처럼 매달리는 걸까.

군사도발조차 과감히 응징 못하는 그 어떤 말을 들었길래…. 그 의문에 대한 대답과 설명없이 무조건 당하고 피흘리며 햇볕만 따라오라는 일방 적 리더십에도 오~코리아를 외치며 따라 오리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훌륭한 리더십에는 애정과 신뢰가 저절로 따른다. 히딩크 경우 부인을 두고 여자 친구와 함께 다녀도 여성축구팬조차 좋게 넓게 봐주고 넥타이 하나를 매도 히딩크 넥타이라며 유행하지만 DJ는 묵념때 빨간 넥타이 맨 것까지도 경황중에 그럴 수도 있다는 아량대신 장병사랑도 없는 군통수권자라고 시비걸고 욕해댄다.

그것이 바 로 리더십의 격차가 주는 애정과 신뢰의 차이다. DJ식 리더십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늦었다.

김정길 본사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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