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지방도의회 의장단 선출

입력 2002-06-25 15:30:00

6·13 지방선거 이후 대구시·경북도 의회 의장단 선출이 지역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누가 의장이 돼야 하느니, 누구는 곤란하다느니 하는 식의 후보간 물밑 신경전 또한 뜨겁다.

몇몇 당선자들은 아예 국회의원들과 한나라당 시·도지부를 찾아 로비 내지 읍소를 하면서 '낙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사전조율로 특정인이 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탈당하겠다"는 엄포성 발언을 흘리기도 한다.

24일 열린 한나라당 경북 국회의원 모임 역시 도의회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입장조율이 주요 의제였다. 정창화 도지부장은 이번 주 중 의장 예비후보들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 의장단 선출문제를 사전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 도지부장은 "경선을 하게되면 후보간 균열 가능성이 높고 금품제공 따위의 불미스런 일도 생겨 대선을 앞두고 도민들의 불신을 살까 우려된다"며 교통정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 도의원 당선자의 탈당설에 대해서도 "당명에 불복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유권자들에게 "정치바람에서 벗어나 지역일꾼을 뽑아달라"고 역설한 이들이 바로 이들, 시·도의원 당선자들이었다. 가뜩이나 6·13 지방선거를 두고 중앙정치에 예속됐다는 따가운 질책이 터져나온 점을 감안하면 의장단 선출을 국회의원에 의존해 눈치를 보는 발상은 구태의연한 것이다.

지방의회 의장단은 의원 스스로 선출해야 할 문제지 국회의원이 나서서 교통정리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중앙 정치권이 특정 후보를 낙점하는 것은 지방의회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앙 정치권, 즉 국회의원 역시 경선 잡음을 구실로 거중조정에 나서려는 것은 지방의회 자율성을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지방의 일은 지방에 맡기는 분권화가 이뤄지려면 의장단 선출과정에서부터 중앙당 내지 정치권이 개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후유증이 우려된다면 경선원칙을 엄히 정해 자율성을 높이면 될 것이다.

정치2부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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