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엇갈린 명암 극적인 대조

입력 2002-06-13 00:00:00

2002한일월드컵은 세계최고 스타들의 무덤인가. 조별리그가 종반전으로 치달으며 속속 16강이 가려지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명성을 날릴 것으로 기대됐던 스타들이 팀의 몰락과 함께 이름값을 못한채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반면 팀내의 쟁쟁한 스타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숨겨진 병기들이 일을 저지르며 뜨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는 예선에서 떴던 킬러들은 지고 새 '저격수'들이 뜨는 등 명암이 극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종이호랑이'란 불명예의 으뜸은 지단, 트레제게, 앙리 등 기울어져가는 '거함' 프랑스호의 선수들.

세계최고의 몸값을 받으며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지단은 지난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허벅지를 다친 뒤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벤치를 지켰고 덴마크와의 3차전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탈리아 1부리그 득점왕(24골)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는 개막전에서 회심의 첫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뒤 내리 3경기에서 골 직전에 주저앉는 비운을 겪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득점랭킹 1위(24골) 티에리 앙리(아스날)도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퇴장당해 3차전에서는 뛰지도 못한 채 귀국 보따리를 쌌다.바티스투타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10년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의 특급 골잡이. 그러나 그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스웨덴과 1대1로 비겨 16강에 탈락, 쓸쓸히 짐을 꾸려야 할 입장에 처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나이지리아에서 폴란드로 귀화까지 한 올리사데베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8골을 뽑아내 D조 팀들의 경계대상 1호였지만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꽁꽁 묶여 침묵해야만 했다.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나이지리아에 안겼던 골잡이 누앙쿼 카누(아스날)도 제대로 뛰지 못한 건 마찬가지. 그는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10분만에 왼쪽 발목을 접질러 후반 2분 그라운드를 떠났다.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못했던 그는 마지막 잉글랜드전에는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그러나 상대팀 수비의 집중 마크에 막히거나 컨디션 난조로 이름값을 못하는 간판스타들을 제치고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그룹들도 있다.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세네갈을 16강에 올려놓은 디오프(랑스)는 아프리카지역 예선에서 8골을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엘 하지 디우프(랑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포지션도 미드필더로 골과는 거리가 멀 걸로 여겨졌지만 이번 대회 개막 축포에 이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2골을 연쇄 폭발시키며 일약 득점랭킹 공동 3위로 점프했다.

덴마크의 토마손(페예누어드)도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빛나는 '폭격기' 에베 산(샬케 04)에 비하면 당초 기대치가 훨씬 낮았던 스트라이커. 하지만 에베 산이 벤치를 지키는 사이 매 경기 득점에 팀의 5골 중 4골을 독식한 토마손은 모르텐 올센 감독의 기대를 120% 충족시키고 있다.

클로세(카이저스라우테른)는 78년 이후 이어져온 득점왕 마(魔)의 6골 징크스까지 날려버릴 기세다. 독일 축구팬들은 애초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의 영웅 미하엘 발라크(레버쿠젠)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게르트 뮐러 이후 32년만의 득점왕을 예약한 클로세를 연호하고 있다.

투르크 군단의 황소 하칸 슈퀴르(파르마)가 잠잠한 바람에 실망한 터키 팬들은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전반 종료 직전 선제골을 터뜨린 '악동' 하산 샤슈(갈라타사라이)의 활약에 흥분하고 있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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