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전 전문가 진단-수비

입력 2002-06-11 14:07:00

수비만 놓고 본다면 한국이 미국과 비긴 게 천만다행이다. 우리 선수들은 폴란드전때와는 딴판으로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다. 한국은 스피드와 체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부했으나 오히려 미국에 밀렸다.

이에 따라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미국의 공.수 연결을 차단하려는 전술이 먹혀들지 않았다.현대축구는 수비와 공격의 성패가 사실상 미드필드에서 판가름난다. 미국은 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드진의 간격을 많이 벌려 한국 미드필드진과의 정면대결을 피했다.

대신 전방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한 번에 찔러주는 공간패스로 측면돌파를 한 후 2선에서침투하는 미드필드진이 마무리를 하는 전술이었다.

우리 수비수들은 이 전술의 함정을 간과했다. 발빠른 좌우 공격수의 측면돌파를 막는데만 주력하다보니 후방에서 침투하는선수를 놓쳐 수차례 위기를 맞았고 결국 2선에서 침투하는 매시스를 막지 못해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맨투맨 마크를 하더라도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가 있으면 재빨리 방향을 전환하거나 협력수비로 공격루트를 차단해야 했으나 우리수비수들은 볼을 가진 선수를 막는데만 너무 신경썼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수비수들이 미드필드에서의 압박타이밍을 놓친 것이 힘든 경기를 자초한 요인이다. 상대선수들을 떼놓으면서 공간패스에 이은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또 우리 수비수들이 미국의 플레이플레이어인 레이니는 잘 막았으나 비즐리, 도너번 등 스피드가 좋은 좌우 공격형 미드필더를 막는데는 힘이 달렸다.마지막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서 한국축구의 숙원인 16강 진출을 기원해본다.

박경훈〈부산아이콘스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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