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드라마' 강세의 이유

입력 2002-03-14 15:50:00

"사랑의 방정식을 푸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수학이었습니다".실제 인물이자 영화 속 주인공인 수학천재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식장에서 한 말이다.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평생 동안 현실과 가상의 인물을 구분하지 못해 정신분열증에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남자와 그를 존재하게 한 여자의 확신을 그렸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승리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남녀의 순결과 지고지순한 사랑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남자가 살아있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여자를 보인다.영화 '아이리스'도 마찬가지. 보호하고 아끼는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아내가 지닌 천재성을 확신하는 남자가 거꾸로 치매에 걸린 아내를 지킨다. 숭배하고 경외하던 아내가오줌을 싸고 길을 잃는 것을 지켜보는 남자의 사랑을 모질게 실험한다. 그러나 영화는 감상적 눈물 짜내기만을 유도하지 않는다.

부부라는 의미만으로도 끝까지 아내 곁을 지키는 건강한 남자를 그린다. 아내의 절망마저도 지독히 사랑하는 남자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은 악당에게 가차없이 괴로움을 당하는 숭고한 정신을 지닌 평범한 사람.정통 비극의 주인공인 영웅이나 왕과는 다르다. 물론 주인공을 둘러싼 생명과 명예와 행복에 대한 악당의 위협도 국가나 도시가 아니라 가정이다.

등장인물은 사회적 지위로 판단되지 않고 타고난 재능과 현재의 진실성,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지가 전부이다. 선과 악이 갈등을 겪지만 관객이 약한 자를 응원하도록 부추긴다.그래서 결말은 해피앤드이다.

올해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멜로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역사적으로 목소리가 없는 이들이 지금은 역사의 전면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부패한 사회만을 탓하기보다는 개인의 품성을 닦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사랑이 인간의 향상과 순수한 자의 승리를 보장하고,사랑만이 존재의 이유라고 믿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나라에는 한 멜로드라마 작가의 표절 시비가 한창이다. 나아가 그 작가의 인터넷 대본 서비스까지중단되고 있다. 어디에도 멜로드라마의 후덕함이 보이지 않는다. '밤새 안녕'이 너무나 실감나는 우리에게 멜로드라마가 제격인데….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 아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에 눈물겨운 화이트데이이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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