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25일 아침 알라샨 계곡의 온천이 있는 알틴 알라샴 마을로 버스를 타고 향했다.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포장이 되지 않아 차가 비틀거릴 때마다 머리가 수십차례 천장에 부딪혀야 했다.
길이 너무나 험하고 가팔라 힘이 좋다는 6WD(6륜구동) 버스도 몇 번 오르려다 포기해 할 수 없이 걸어서 4시간 여를 간 끝에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마을이라고 해야 가옥이 6, 7채뿐이었으나 오지에서는 큰 마을이었다. 탐사대가 찾은 온천탕은 협곡의 바위 사이로 흘러나오는 온천수를 막아 만든, 2명쯤 들어갈수 있는 노천탕과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에 3, 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탕 2개가 온천시설의 전부였다.
장소가 비좁아 두 팀으로 나누어 온천탕에 들어간 탐사대원들은 45℃ 정도의 온도에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온천수로 그 동안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26일에는 팔라트카(4751m.흰 물결이란 뜻)산을 오를 계획이었으나 충분치 못한 정보와 장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전체회의 끝에 캠프 앞쪽에 있는 3500m급 무명봉을 대신 올랐다.
원시 상태의 무명봉 정상까지는 올라야할 고도는 약 1000m이고 평균 경사가 55도 정도로 가팔랐 다. 특히 정상 부분은 75도 정도의 경사가 심한 암벽지대라 예상대로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함께 위태위태하게 얹혀 있는 돌 무더기가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아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번 세계 7대 오지 탐사대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우청미 대원(대구 경상여고 3년)의 경우 고산증세로 인한 두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 대원도 톈산 탐사를 나서기 전 국내 웬만한 산은 거의 오르다시피 했지만 변덕스런 날씨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5시간 동안의 고군분투한 끝에 정상에 오르자 알라샨 계곡 상류와 5000m급 만년설의 산자락들이 파노라마처럼 시계에 들어왔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무명봉을 우리는 '청미봉'이라 명명하고 올라갈 때보다 더욱 힘든 하산을 했다. 이로써 중앙톈산의 오지에서 진행된 탐사 일정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27일 탐사대가 칼라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을 때 '한국대학산악연맹의 만년설 원정대'7명이 머물고 있었다. 칼카라 베이스 캠프에서 하루를 쉰 탐사대는 28일 3주전 왔던 길을 되돌아 알마티로 돌아왔다.
이곳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 '신라'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된장찌개와 밥을 먹었다. 알마티에서는 네 군데의 한국식당이 영업 중이었는데 두 곳은 조선족이 운영하고 나머지는 한국 교민이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 기업의 직원들과 국내 산악인, 일본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내 귀국일인 31일. 3주일간 톈산산맥을 따라 1900㎞의 오지탐사 대장정을 접는 순간, 뿌듯한 성취감과 함께 마음 한켠에 그 동안 참아왔던 고통의 기억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
국기헌 등반대장은 시원섭섭한 듯 애써 웃음 띤 얼굴을 보였고 운행담당이었던 방정환 대원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동지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길고 힘들었던 톈산 탐사를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습이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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