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한국산 탄소강관 분쟁 미 패소 결정

입력 2002-03-09 00:00:00

세계무역기구(WTO)는 8일 한·미 탄소강관 분쟁을 절차적으로 매듭짓는 상소기구 보고서를 채택했으나 이 보고서가 지난 5일 발표된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결정을 둘러싼 WTO내 분쟁심의 과정에서 중요한 판례가될 것으로 판단한 당사국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 유럽연합(EU), 호주, 홍콩 등은 상소기구의 판정결과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가 WTO협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상소기구의 판정이 '월권(越權)'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은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가 탄소강관 분쟁과 동일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해당하는 점을 착안, 상소기구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세이프가드는 긴급한 상황에만 발동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조치"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상소기구가 WTO 분쟁사상 최초로 세이프가드 협정의 5조1항(구제조치)을 적용,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당사국은 구체적인 구제조치를 취함에 있어 수입증가로 인한 국내 특정산업의 피해 규모와 일치하도록 해야 하며, 실제 피해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시했음을 상기했다.

또한 철강관세 부과의 핵심적인 논쟁대상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캐나다와 멕시코의 적용제외 문제에 관해서는 상소기구가 패널판정을 번복하고 세이프가드 협정 2조2항에 의한 최혜국대우(MFN)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침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국산 탄소강관 제품에 대한 종가세(從價稅)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국내 철강산업에 미친 피해를 조사할 때는 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입물량을 포함시키고 실제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비례원칙'을 의미하는 패러랠리즘(parallelism)'에 반한 것이라는 판정이 내려졌음을 부각했다.

이에 미국의 철강관세 부가를 WTO에 정식으로 제소한 EU는 "미국은 한·미 탄소강관 분쟁에서 규탄을 받은 것과 유사한 WTO 위반조치를 반복해서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EU는 특히 한·미 탄소강관 분쟁에서 세이프가드 협정의 5조1항이 사상 처음으로적용된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가 실제 피해에 비해 과도하게 국내 업계 보호를 위해 취해진 조치라는 것에 반론의 초점을 맞출 뜻을 시사했다.

호주도 상소기구의 보고서 채택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 "한·미 탄소강관 분쟁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제도와 적용이 WTO협정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WTO에 연속적으로 3번째 제기된 사례"라고 꼬집었다.

호주는 미국이 국내 세이프가드 관련법과 시행상의 결함을 즉시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홍콩은 상소기구의 판정내용중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것은 잘못됐다고 명시한 '비례원칙'이 재확인된 점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상소기구가 분쟁패널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사실관계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고 반박하면서 특히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자유무역협정 대상국을 제외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WTO 회원국들간에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NAFTA 회원국의 적용제외에 대해서는 "상소기구에 의해 미국의 조치가 WTO협정에 위배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근거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앞으로 상소기구의 결정을 이행함에 있어 일부 의문점을 남겨두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WTO 회원국들은 상소기구의 위원들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신뢰가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감정섞인 '경고성' 발언까지 동원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한·미 탄소강관 분쟁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않음을 반영했다.

캐나다는 상소기구가 패널판정을 뒤엎고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서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한 것은 잘못됐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미국의 입장에 유일하게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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