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는 6시50분까지 등교해야 합니다. 아침은 당연히 못 먹습니다. 왜 이래야 합니까' '잠만 자는 '0교시' 수업을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1시간이라도 잠을 더 자고 나와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홈페이지엔 고교생들의 이 같은 내용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체로 오전 9시경인 1교시보다 1~2시간 일찍 등교한다. 이 시간은소위 '0교시'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불리며, 자율학습 형태로 운영된다. 고3의 경우 7시까지 등교하는 것이 통례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이 같이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강요할 것인지 재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밤새 숙면을 해야 각성이 제대로 일어나고 사고작용도 원할해진다고 한다. 상쾌한 각성이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해야 시간이 짧아도 학습 효과가 큰 것도 그 때문이라 한다.
▲이상주 교육부총리가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등과 동행해 6일 아침 자율학습 시간인 '0교시'를 체험하는 모습은 왜곡된 일선 교육 현장을 새삼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아 되레 씁쓸한 느낌을 안겨 줬다.
아침 7시에 고3 학생의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함께 등교, 반나절 동안 수업을 참관하고 간담회까지 가졌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로 읽히기보다는 '열심히 뛰고 있다'는 전시 효과를 의식한 '준비된 행사'로 비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측은 학교 현장의 체험을 통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교육부 간부들의 체험 시간과 이 부총리의 초등학교 '1일 교사 체험'도 계획하고 있다지만, 해묵은 문제를 놓고 이제 와서 웬 '부산 떨기'인지 모르겠다.
이를 두고 비난할 일은아닐는지 모르겠으나 '전시 행정'보다는 실질적으로 학습 내용보다 겉치레를, 질보다 양을 따지는 우리 교육의 허위의식과 허례허식을 걷어내고,학습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대책을 차분하게 마련하는 게 옳지 않을까.
▲고교생들은 새벽 등교를 하기 위해 마치 전쟁을 치르듯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피로 때문에 오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사실은 교사와 학생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공부를 해봤자 결과는 뻔하며, 정신건강에도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교라는 소문이 날까봐, 이웃 학교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 주고 능률적인 수업을 위해서도 등교 시간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은 제도를 고치거나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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