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적암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입력 2002-02-22 14:17:00

영천 청통면 조그만 암자1년전 한 수행승이 봉안

신심이 두터운 불자라면 누구나 부처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친견하고 싶은 염원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 그러나 불사리(佛舍利)를 봉안하고 있는 사찰이 우선 그리 흔치 않다.

영남지역에서는 불보사찰인 양산 통도사를 비롯, 구미의 도리사와 대구 옥포 용연사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안치하고 있는 정도. 그런데 전기.전화조차 없는 팔공산 뒷자락의 숨은 암자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불자는 드물다.

묘적암(妙寂庵). 이름 그대로 묘한 정적만 감도는 이 암자에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모셔지게 된 인연 또한 묘하다. 사실상 폐사로 방치되던 암자에 1년전부터 수행승이 찾았고, 그 후 우연히 이곳에 들렀던 어느 학승이 유학시절 미얀마 국왕에게 기증받은 진신사리 봉안을 당부했다는 것. 그 이유는 묘적암의 지세가 범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영천 향토지에 따르면 유래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암자의 원래 이름은 봉서암(鳳棲菴)으로 오래된 삼층석탑이 무너진채 방치돼 있었으나 2년전 누군가가 실어내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 뒷산에 자리한 이 암자는 이따금씩 등산객들이 스쳐갈 뿐 문명의 이기와는 동떨어진 곳이다. 암자의 건물이라야 낡은 요사채와 조그마한 법당.산신각이 전부. 그나마 세월의 풍화에 허물어져가고 있다.

암자에 오르는데는 30~50분 정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은해사 네거리 팔공 황토사우나에서 애련리 쪽으로 가다가 비포장길 전에 적당히 차를 세우고 속칭 봉삼골로 가는 길이 있고, 지난해 오백나한 개체불사를 회향한 거조암 영산전을 둘러본 다음 그 뒷산 길을 타고 올라도 된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지난해의 낙엽이 아직 눈처럼 쌓여있다. 바위 틈에 얼음이 완고하지만 봄비라도 푸근히 내린다면 폭포를 타고 내릴 물줄기가 제법 청량할 듯. 등산삼아 오르는 걸음에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불가의 예의만 갖춘다면 옥색 영롱한 진신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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