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복통

입력 2001-12-25 14:29:00

복통의 원인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복통을 전문으로 다루는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다.

최근 영상진단 장비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지만 복통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환자들이 생각하기에는 그것도 모르는가 생각하지만 복통의 진단은 쉬운 것이 아니다. 보통 원인이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6시간 이상 복통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받아야 할 급성 복통으로 급성 충수염, 장관 천공, 장 폐색증, 사고로 인한 손상 등이 흔하고 여성의 경우 자궁외 임신 등 부인과 질환도 자주 있다.

가장 흔한 급성 충수염(맹장염)은 쉽게 진단되고 수술 후 경과도 좋은 편이다. 맹장이라는 것은 충수돌기가 붙어 있는 대장을 말하는 것이므로 충수염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병명이다.

과거에는 진찰과 병력에만 의존했으나 요즘엔 초음파 등 영상의 도움을 받아 진단이 한층 쉬워졌고 치료 성적도 좋다.

그런데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음식을 먹고와 의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 허다하다.

이유를 들어 보면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먹은 경우, 혹시 수술을 받아 장기간 금식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체력 보강을 위해 음식을 일부러 먹었다는 등 여러가지다.

위장에 음식물이 차 있는 상태에서는 마취하기가 곤란하고 특히 뱃속에 염증이 있을 때는 위장 운동성이 저하되어 소장으로의 배출도 어려워진다.

배출을 기다리는 사이에 염증은 더 진행되고 구토, 흡인성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정상적인 영양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두 끼 거른다고 전혀 문제되지 않으므로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을 때에는 진단이 일단락되기까지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

또 "맹장염도 약을 강하게 쓰면 낫는다"는 속설을 믿는 환자가 많다. 급성 충수염이 생기는 원인으로 대변석(이물)으로 인한 폐쇄와 급성 점막염증 등이 있다. 점막염증으로 인한 경우 꼭 약을 쓰지 않더라도 저절로 염증이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점막변성과 유착을 가져와 결국 다시 염증이 생긴다.

다시 염증이 생겨 수술하려면 그 노력이 배가되고 수술이 커지며 회복도 느리게 된다. 그래서 결국 수술 받아야 할 병을 억지로 묵혀 고생할 필요가 없다.

김희석 원장(동인연합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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