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아태재단

입력 2001-12-19 00:00:00

며칠전 일부 신문에는 아태재단 건물의 사진이 실렸다. 지상 5층에 지하 3층으로 건평은 약 1천500평에 이른다고 한다. 20일 아태재단이 증축된 건물 입주식을 갖고 그 옆에 '동교동'이라고 불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가 착공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황모씨라는 인사가 수억원을 받아챙기고 청부폭력을 행사해 구속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본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온 나라가 게이트니 리스트니 하는 통에 국민들 가슴이 타들어 가는데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때맞춰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아태재단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에 비유했다. 검찰총장 탄핵안 부결로 민주당 대변인으로부터 "국가를 생각하는 정치지도자의 경륜에 경의를 표한다"는 극찬을 들은 김 총재의 지적이었다. 단순히 DJP공조 파기에 대한 서운함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아태재단은 현재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실질적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동교동계 사람들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또 재단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DJ직할 사조직이라는 야당의 주장도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또 재단은 김 대통령의 퇴임후에는 DJ기념관을 겸한 국제관계전문 연구기관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왜 퇴임하지도 않았는데 퇴임후를 걱정하는가? 아직 재임중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난제들이 산더미 같은데 벌써 기념관이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국민들 눈에는 자신의 기념관을 스스로 만든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이대로 간다면 야당으로부터의 제2, 제3의 공격은 불보듯 뻔하다. 제2, 제3의 황씨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만큼 국민들의 시선은 비뚤어질 것이다. 그때 가서 아태재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다면 아태재단을 국가에 헌납하거나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남은 1년여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면 기념관보다 더한 것도 김 대통령 퇴임 후 저절로 세워지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정치1부 이동관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