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숙자 느는데 룸살롱은 흥청망청

입력 2001-12-07 14:05:00

서울.지방 할 것 없이 고급 룸살롱은 최근들어 최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서울.강남이나 대구 유명 룸살롱에선 밤9시쯤이면 아예 빈 방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라 찾아드는 고객들을 정중하게 거절하기가 바쁠 지경이라 하니 정말 우리가 이럴때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우리는 IMF 상처가 남아 있고 경기회복도 불투명한 상태로 업계에선 이 불황의 늪을 빠져나가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에 한편에선 이렇게 과소비로 흥청망청하고 있다니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가고 있는 '기현상'임엔 틀림이 없다. 주춤했던 노숙자들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서민들의 가계부도가 증가하는 것과는 달리 외국산 술.담배.고급의류.가전제품 등의 수입은 최고 70%나 급증하고 있다는건 소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급양주 5대 수입국(연간 2억달러)에 우리나라가 들어가자 영국의 발렌타인 위스키 제조사는 한국인들만을 위한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개발, 서울에서 시음회를 열면서 강남의 룸살롱 여주인 100명을 초청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가관이요,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의 '과소비문화'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상류층의 과소비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우리사회에 끼치는 해악요소가 너무 많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산층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흉내도 못낼 서민계층에겐 위화감을 조성, 끝내 적개심을 불러 '지존파'나 '막가파' 스타일의 대형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과소비는 우리의 잘못된 접대문화와 일부 부유층의 비뚤어진 소비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IMF위기극복과정에서 일어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현상과 한때 일었던 벤처투기 등으로 생겨난 졸부 출현과 조세정책의 실패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건전소비로의 유도는 과소비 주체들에 대한 철저한 세원(稅源) 추적으로 조세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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