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1-12-06 00:00:00

인종차별이 만연한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의 작은 마을에서 일찍 아내를 잃고 홀로 남매를 키우며 살던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백인여자를 성폭행 했다는혐의로 구속된 흑인 로빈슨의 변호를 맡는다. 마을사람들은 그에게 갖은 협박을 가한다. 피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법정에서 로빈슨의 무죄를 입증한다. 그러나 백인으로만 구성된 배심원들은 유죄판결을 내린다. 절망한 로빈슨은 이송 도중 도망치다가 사살된다.

지금 시카고시는 영상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테러참사로 인한 슬픔을 아우르기 위한 책 한 권 읽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40년 전 그레고리 펙이주연한 영화 '앨라배마 이야기'의 원작인 '앵무새 죽이기'이다. 시 당국은 독서열풍을 위해 앵무새 리본 2만5000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리본을 단 사람들이 만나면 즉석 토론을 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책의 줄거리를 토대로 한 모의재판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도야마현의 도가무라시는 자원도 경제기반도 없는 산골의 소도시지만 지역특산물인 메밀을 이용한 메밀축제, 메밀전시관, 산촌축제, 도가페스티벌연극축제에다 세계연극제를 열어 특징 있는 지방도시로 자리 잡았다.

대구도심에 위치한 달성공원의 역사는 32년. 동물의 수는 84종 1441마리이고 사육비는 1년에 2억원, 관리비가 7억원이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달성공원은 따뜻한 초겨울의 날씨와는 달리 한산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작은 울안에는 어미와 떨어진 사자새끼 한 마리가 애처롭게 누워있었고 암수가 정을 나눈다고 생각했던 호랑이는 두 마리 모두 수놈이었다. 뉴질랜드에서 기린에게, 호주에서 캥거루에게 먹이를 준 경험이 있던 아들놈은 달성공원에서 겹겹이가로막은 쇠창살 사이로 면회하듯 동물을 만난 후 그들이 불쌍하다며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시민의 편의를 위하여 무료입장을 강조하는 달성공원측과는 무관한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올해는 지역문화의 해. 하지만 지역에는 남루한 서울식 문화만 즐비한 한해였다. 빈약한 출연진, 초라한 무대, 준비 안된 기획이 예산부족을 구실로 삼아 마구잡이로 '서울식'을 토해 냈다. 결과 서울식문화를 선망하게 하고 지역문화를 촌스럽다고 외면하게 만들었다. '달성공원처럼'의 몰이해가 지역문화를 퇴보시켰다는 이야기다. 달성공원을 의상축제나 책읽기, 난장(亂場)이 있는 지역문화터로 삼기를 제안한다. 잘만하면 지역문화와 공원을 동시에 살릴수도 있겠기에 말이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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