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농어촌고교 신입생이 없다

입력 2001-11-30 00:00:00

농촌 고등학교들이 또다시 내년도 신입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중학 성적우수생들이 매년 도시로 빠져나가기 때문. 각 고교에서는 '자녀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장학금을 제안하는 등 갖가지 유치 전략을 쓰지만 학생들을 붙잡기가 쉽지 않다.

◇모자라는 학생들=이농으로 인구가 매년 줄면서 농촌 초중고생 숫자도 저절로 감소, 그 자체로 읍면지역 고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청도 경우 중학생보다 고교생 수가 더 많을 정도. 금천·풍각 등 5개 중학교 학생은 1천486명이지만 청도전자고·금천고 등 5개 고교 정원은 2천405명에 이른다. 역내 중학생이 모두 역내 고교에 진학한다 해도 1천여명이나 부족한 것. 청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때문에 고교마다 신입생 유치에 비상이 걸려 있으나 일부 고교는 몇년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11개 중학교가 있는 울진에선 7개 고교가 입학 정원을 채우기 힘들 지경이지만 중학 졸업생들은 계속 포항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고령에서도 내년 봄 7개 중학교에서 295명이 졸업할 예정이나 역내 3개 고교 입학 정원은 330명에 이른다.

◇도시로 도시로=봉화에선 올해 중학교 졸업생 556명 중 55%인 306명이 외지 고교로 나갔고, 작년에는 659명 중 292명(44.3%)이 유출됐다. 군위에선 지난 봄 9개 중학교 졸업생 294명 중 204명만 역내 고교로 진학하고 성적 우수생 90여명은 도시로 빠져나갔다.

영덕서는 올해 졸업한 530명(남 285명, 여 245명) 중 43%인 232명(남 175명, 여 57명)이 포항 등의 고교로 진학했으나, 학기 중 전학해 나간 학생까지 포함하면 초중학생의 절반 이상이 외지로 나가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청송 10개 중학교 졸업생 351명 중 역내 진학자는 257명에 불과했다. 94명이 인근 안동·포항·영천으로 진학해 결국 역내 6개 고교가 미달 사태를 당한 것이다.전체 인구가 1만명 이하로 떨어진 울릉 경우, 5개 중학교 졸업예정자 123명 중 50%가 넘는 60여명이 육지로의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역내 유일한 고교인 울릉종고의 학년별 정원은 99명이지만 현재 재학생은 1학년 32명, 2학년 51명, 3학년 67명뿐이다. 1학년 경우 41명이 입학했지만, 벌써 9명이 전학 갔다.

◇학생 붙잡기=올해 4개 고교가 모두 미달됐던 군위에서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고교·교육청은 물론 군청·교육발전위까지 나서서 역내 유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군위교육청은 학부모 200여명을 초청해 '내 고장 학교 보내기 학부모 교육'을 실시했고, 교육발전위는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매년 4개 고교에 4천만원(성적 우수자 1명당 40만∼3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교육청 유수탁 장학사는 "먼 거리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마련하는 등 환경 개선 노력도 배가하고 있다"고 했다청송교육청도 학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청송읍·파천면·안덕면 중고생 전원에게 청송 양수건설처 육영사업비 1억3천여만원으로 장학금을 지급키로 했다문경정보산업고는 관광고로 변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문경공고는 매년 95% 이상 취업된다는 장점을 내세우면서 내년에 문경으로 이전 예정인 쌍용정공(심팩)이 30명의 입사를 요청한 사실 등을 부각시켜 홍보하고 있다.

김천 한일여고는 지난해부터 교직원 55명으로 구성된 교직원장학회를 설립, 서울의 유명 대학 입학 때 4년간 모든 학비를 대 주기로 하면서 우수 신입생 유치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성주군청은 1997년 군 교육발전위를 발족시켜 5억여원의 기금을 마련, 장학금 지급은 물론 대학 진학 때도 학비를 보조하고 있다.

◇농촌에도 선호받는 고교가 있다=그러나 1996년에 교육부의 농촌지역 중심학교로 지정된 영양고는 127억원이나 들여 기숙사·교원사택·시청각실·학생복지시설 등을 완비하고 많은 배려 때문에 우수 교사들도 앞다퉈 근무를 희망, 전혀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영양여고도 학생 40%에게 장학금을 주고 15억원을 들여 독서실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개인별 책상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춤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문경 점촌고·문창고, 김천고, 왜관 순심고, 안동고 등 역시 이미 명문고로 자리를 굳힌 뒤 오히려 외지 학생들이 몰려들 정도이다.

경산의 경우도 다소 특이하다. 중학교 졸업생 중 우수 학생들은 구미 외국어고, 대구 과학고, 청도 이서고 등으로 일부 빠져 나가지만, 11개 중학교 졸업생 2천여명 거의 대부분은 역내 고교로 진학하고 있다. 대구로의 전출은 주로 초교생 때 이뤄지지만, 고교 진학 때는 이들 중 20, 30명이 성적 문제 등 때문에 매년 역내로 U턴하는 것도 특이한 점.

포항에서는 시가지 일부 중학생들이 내신성적 때문에 오히려 읍면지역 고교로 전학해 고교 진학으로 연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용흥동 ㄷ중학교 경우 3학년이 되면 한 반 당 4, 5명씩 연일읍·기계면 등의 중학교로 전학, 올해는 재학생이 40여명 줄기도 했다.

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정창구기자 jc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