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교육정책에서 소외되는 학부모

입력 2001-11-23 00:00:00

어느 후배의 고 3학년 딸이 수능 한 달을 앞두고 집단체벌을 받다가 선생님이 휘두른 대걸레에 오른 팔이 부러졌다. 후배는 체벌도 문제이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 학교장과 교사들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덮어두려고만 하는 태도에 분통이 나서 핏줄이 터져 나가기까지 했다고 하소연 하였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포항의 한 여교사가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학습 평가일에 등교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다른 한 고등학교 교사는 내신 성적을 조작하다가 학교에서 파면되고 구속된 사건도 불거졌다.

학부모들이 가끔 교사들에게 자녀 지도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항의하므로써 '교권'을 침해했다하여 물의를 빚은 사건이 더러 있었으나 대부분은 자식 둔 죄인으로 교사들앞에 가면 머리를 조아리고 더러는 돈 봉투를 내미는 일이 있다. 대학 입시에서 내신제와 학교장 추천제가 채택된 이후 학부모들은 교사들 앞에 더욱 더 초라할 수밖에 없다. 일부교사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계기로, 촌지 문제를 비롯하여 일부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성희롱, 체벌 등 학교 내의 문제가 그 동안 해결되거나 나아지지 않고 은폐되기만 하였던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사이버상에서 '요즈음의 교사는 선생이 아니다'라는 등의 말로 교사들이 격렬하게 비난받고 있다. 그런데 한편 교사들이 교육 개혁을 외치며 수업을 거부하고 연가 투쟁에 이어 한때 파업을 결의하였고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학교 내에서 노조활동을 사실상 허용받았다. 이러한 교사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전교조가 출범할 당시 학생들의 학업에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어디로 가고 학생들을 교실에 방기한 채 교육 개혁을 외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전교조가 파업의 이유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육 정책은 학생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몰며,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학교가 될 가능성이 커서 거부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아니어도 학생들은 이미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시달린지 오래이며, 또 민족사관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 등 특수학교는 괜찮고 학부모가 교육비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사립학교는 안된다는 발상은 일관성이 없다.

이러한 것은 명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성과급제도에 대한 반대가 주목적인 것 같다. 현행 성과급제도에서 그 기준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마련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는 우수한 교사는 높이 평가받고 불성실한 교사는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교육에서 주요 문제는 학생들은치열한 경쟁 속에 몸부림치지만 교사들은 별다른 경쟁이 없고 극단적으로는 시간만 때우면 정년까지 지낼 수 있게 되어있다는데 있다. 일부 무능하고 불성실한 교사들을 보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애가 탄다. 그리하여 공교육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사교육에 기대기 위해 학생들은 밤늦게 까지 학원으로 과외 지도를 받기 위해 헤매어 다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면서 제일 먼저 채택한 정책이 교원정년의 연장이었고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교원 노조를 조직하고 난 후 정치권도교육당국도 교사들의 눈치만 보고 있어 교사들은 신성 불가침의 권위 집단으로 상향하고 있고 힘없는 학부모들은 더욱 무기력해지고 있어 학교 교육의 새바람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표를 의식하여 말없는 학부모의 바람을 무시하고 이익집단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상황이 안타깝다.

모범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에 매일 꿈꾸었던 것은 학교를 폭파하는 것이었다. 그런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어머니로서 이제야 용기를 내어 한마디하였다. (이경애-동덕여대 교수 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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