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지하철 등 공익사업장 직권중재에 대한 법원의 위헌제청 결정은 직권중재를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정부당국이 첨예한 대립을 보여왔고 국내 노동운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대형 공익사업장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직권중재는 합헌'이라는 지난 9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공을 넘겨받은헌재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의미 = 문제의 법조항은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특별조정위원회 권고에 의해 중재회부 결정을하면 노동위가 중재한다", "노동위 위원장은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중재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는 부분.현행법은 '철도(지하철 포함), 시내버스, 수도.전기.가스.정유, 병원, 은행, 통신'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직권중재시15일간 쟁의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조정도 이뤄지지 않아 마지막 수단인 노동쟁의의 실효성과 적절성이 가장 강력한 때에 직권중재를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사전적인 직권중재가 단체교섭권까지 상당부분 무력화하며 쟁의의 방법과 파급 효과 등을 살피지 않고 추상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직권중재는 '공익사업장의 모든 쟁의행위는 항상 공익을 해치고 이로 인한 공익침해는 쟁의로 인한 근로자 권익보다 항상 중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노사관계의 현실이나 행정소송 등의 불복절차 등을 이유로 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해 "외국에 없는 강력한 사후적인강제중재가 있어 근로자들도 자율적으로 공익 침해를 최소화할 합리적 방법을 모색할 수 있고 직권중재가 도리어 노사협상을교착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대법원이 이 제도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기각하자 서울지하철노조 등이 헌법소원을 냈으나 기각됐던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이를 다시 직권으로 위헌제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파장 = 헌재 결정 당시 위헌 의견이 합헌보다 1명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에 불과 1명이 부족한 5명이었고 그간노사관계 변화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위헌 결정전망이 높은 편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이 경우 쟁의행위가 보다 자유로워진 노조가 심한 파업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직권중재에 기대온 사용자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고 '사용자에 유리한 일방적인 중재'라는 이유로 파업을 감행했던 노조의 명분도 약화시켜 결국 평화적인 노사협상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않다.또 '직권중재→불법파업→공권력 투입→해고와 구속, 손해배상 소송→노조의 해고 및 소송 철회 요구'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진행중인 각종 소송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보건의료노조 소송을 맡고있는 김선수 변호사는 "과거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위헌 의견을 낸 것은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도 "직권중재가 사라지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오히려 파업을 줄일 수 있다"고 반겼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전무는 "국내 노동현실을 감안할 때 애당초 협상이 아니라 파업을 위한 파업에 관심을둔 노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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