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신상진)가 '정치참여'를 공식선언하고 나서 의료계 안팎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전문가 집단으로서 의료공급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의협의 정치참여 선언은 성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주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배경을 보면 우선 지난해 의약분업 도입과 의료계 휴폐업 과정에서 의사들이 급속한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올들어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여파가 의료계로 휘몰아치면서 의사들이 너나없이 '위상 추락'의 위기감을 갖게 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당국의 건강보험 급여비 심사·지급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비록 일부이기는하나 부도덕한 행태가 드러났고, 그 결과 의사들도 과거의 '선생님'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계 안에는 현재 정부에 계속 밀리고 있다는 패배감과 자괴감이 폭넓게 퍼져 있다.
김재정 전임 회장이 회장직에서 중간에 낙마한 것도 사실 정부의 건보재정대책을 적절히 방어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상진 회장이 이끄는 새 집행부가 현재의 분위기를 되돌릴 카드로 '정치참여'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의료정책 결정권이 정부 손에 있고 입법권이 국회에 있는 한 물리적 투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표'를 무기화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의협이 이번에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에 대한 일종의 '압박카드'로 이해될 수 있다.
의협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이번 '정치참여 선언'이 별도의 정당 창설 등의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5만6천(명부관리인원)여 회원을 갖고 있는 이익단체로서 회원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표를 모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권자 그룹'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의협 사상 최초의 직선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신상진 신임 회장이 이번 정치참여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서울대의대 재학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의료계에서는 드물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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